등록 : 2007.09.20 17:57
수정 : 2007.09.20 17:57
사설
정부가 갈수록 늘어나는 지방 미분양 아파트를 해결하기 위해 주택공사 등이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내놨다. 더불어 국민주택기금을 동원해 분양 아파트를 임대주택으로 전환하거나 민간이 개별적으로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전환하는 것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가 지방 건설사 부도로 말미암은 경제적 충격을 막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하지만 건설경기가 아무리 중요하다고 할지라도 기업이 만들어 안 팔리는 물건을 정부가 대신 사주는 건 올바른 정책이 아니다. 개별 기업의 잘못된 사업 판단에 대한 책임을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떠안는 꼴이다. 정부는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주택시장의 거품을 경고한 바 있다. 무리한 투자 실패의 책임은 기업이 스스로 감당해야 할 몫이다.
물론 정부가 나몰라라 수수방관할 수는 없다. 미분양이 증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방식의 부동산 개발 투자가 곳곳에서 부실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의 대책은 어디까지나 금융·세제 지원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직접 사들여 임대주택으로 놓겠다는 발상은 경제원리에도 맞지 않고 잘못된 선례를 남길 수 있다. 기업이나 산업 사이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이번 대책 중에는 건설 중인 소형 아파트를 임대주택으로 전환할 경우 가구당 7500만원씩 연리 4%의 파격적인 금융지원을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개별적으로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해 임대로 전환할 경우에도 연리 5%의 낮은 정책자금이 지원된다. 더불어 12곳 투기지역 해제가 포함돼 있다. 당연히 해당 지역의 대출 규제도 풀리게 돼 있다. 일단 이 정도 대책을 내놓은 뒤 상황을 지켜보는 게 옳은 방법일 것이다.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온나라가 전쟁을 치른 뒤 간신히 가격이 안정된 게 불과 1년도 되지 않았다. 건설경기가 조금 나쁘다고 다시 돈 풀고, 세제 혜택 주고, 정부가 대신 사주기까지 한다면 앞으로는 아무도 부동산 거품을 경고하는 정부 말을 믿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재건축·재개발 완화 방침을 밝힌 뒤 부동산 시장 동향에 다시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지방 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현실론에 밀려 섣부르게 부동산 경기 진작책으로 돌아서는 잘못을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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