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9.20 17:57
수정 : 2007.09.20 18:29
사설
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후보가 선거인단 동원 문제 등을 들어 텔레비전 토론회 불참을 비롯한 모든 일정을 중단하고 칩거·잠행에 들어갔다. 후보 측근들은 “국민 경선이 애초 기대와 달리 구태 정치로 진행되고 있는 데 대한 항의의 표시”라고 한다. 조직적인 선거인단 동원과 이른바 정동영―김한길의 당권 밀약설 등을 그 대표적인 예로 들고 있다.
손 후보 쪽의 이런 주장에는 일면 일리가 있다. ‘국민 경선’이 후보 사이 정책과 자질 대결이 아니라 누가 얼마나 많은 선거인단을 끌어들이느냐로 결정되는 조직 싸움으로 변질됐기 때문이다. 조직에서 기본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는 손 후보 쪽으로서는 분통이 터질 법하다.
하지만, 당 내부적으로 억울한 부분이 있다고 해서 후보 상호간의 합의일 뿐 아니라 국민과의 약속인 텔레비전 토론회에도 일방적으로 불참하고 일정을 중단한 것은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의 행동으로서는 무책임하다. 경선 과정의 고칠 점들은 당에서 논의해서 해결하는 게 정도다. 그런 절차 없이 한창 경기 중에 있던 선수가 느닷없이 경기장을 빠져나가 다른 선수를 비난하면서 외곽을 맴도는 것은 정정당당한 태도가 아니다. 더구나 지금의 경선 룰은 손 후보 쪽도 동의해서 합의로 만들어진 것 아닌가.
손 후보는 칩거에 들어가면서 “경선을 끝까지 완주할 것”이라고 측근들에게 얘기했다고 한다.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한다. 중도 포기는 손 후보 본인이나 정당 민주주의의 정착을 위해서도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들이 경선후보들에게 바라는 것은 당당하게 실력을 겨뤄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는 정치 문화다. 이런저런 이유를 내세워 중도에 포기한 정치인들이 그동안 더러 있었지만, 모두 국민들에게 외면을 받았다는 점을 손 후보 본인이 잘 알 것이다.
경선을 끝까지 할 거라면 하루빨리 정상적인 활동에 복귀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대세론이 꺾인 손 후보가 경선을 포기할 명분을 찾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하고 있는 판이다. 이런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선수는 경기장에 있어야 한다. 절두산 성지 등을 ‘순례’할 일이 아니다. 손 후보는 한나라당을 탈당한 뒤 여권에 합류하면서 민주개혁 세력의 통합을 위해서라면 “불쏘시개라도 되겠다”고 말했다. 지금 손 후보에게 필요한 것은 그러한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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