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기불황 속에서도 유가증권 시장 상장사들의 순이익이 49조원으로 전년보다 갑절이나 늘어난 사상 최대였다고 한다. 기업 부실이 금융 부실로 이어지고, 그 여파로 외환위기를 겪었던 우리는 그동안 기업이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고 노래해 왔다. 하지만 다른 부문의 일방적 희생 위에 기업 수익만 급증하는 것은 한참 잘못된 일이다. 지금이 바로 그렇다.
기업이 잘돼야 경제가 잘 굴러간다는 것을 부인하려는 것은 아니다. 기업은 이익 극대화를 위해 경쟁하는 과정에서 ‘창조적 파괴’를 이끌어낸다. 문제는 ‘창조’ 없는 ‘파괴’다. 기업이 만드는 부가가치는 주주의 몫만이 아니라 노동자의 임금, 세금으로 나뉜다. 그런데 임금이 줄어 주주몫이 커진 부분은 부가가치 증가와는 무관하다.
한국은행 집계를 보면, 한햇동안 생산한 부가가치 가운데 노동자 몫인 노동소득 분배율이 2003년 59.8%에서 지난해 58.8%로 떨어졌다. 노동자들의 몫이 줄어드는 것은 그들에게도 고통스런 일이지만, 경제 선순환에 필요한 내수 소비를 위축시킨다는 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2003년 2분기부터 6분기 연속으로 이어진 민간소비 감소도 가계소득의 부진이 핵심 원인이었다.
물론, 해법이 그리 간단하지는 않다. 영리가 목적인 기업에 사회적 책임을 앞세워 임금을 올리라고 해봐야 따르지 않으면 소용없다. 중요한 것은 노사관계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다. 요즘처럼 많은 노동자들이 불안정한 고용상태에 놓인 적은 일찍이 없었다. 정부는 이 문제를 푸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앞으로도 노동시장을 더 유연하게 해야 할 부분이 많겠지만, 지금은 노동자에게 불리한 유연화를 얘기할 때가 아니다. 최근의 경기 회복세도 가계소득이 늘지 않으면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이 조합원만의 이익을 넘어 전체 노동자를 위해 힘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문제의 원인을 노동조합에 돌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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