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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9.21 17:47 수정 : 2007.09.21 18:07

사설

‘이랜드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다. 지난 6월 노조의 파업 이후 100일이 훌쩍 넘었다. 농성과 강제해산 등 물리적 충돌은 거듭되고, 교섭은 여전히 교착 상태다. 노조나 회사나 한가위를 맞는 심경이 이래저래 착잡할 수밖에 없다. 극단적 충돌의 끝은 파국이다. 노사 모두 이를 원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서둘러 해법을 찾아야 한다.

가장 필요로 하는 건 노사 양쪽의 전향적 자세다. 무엇보다도 사 쪽의 태도 변화가 절실하다. 이번 사태의 원인이 비정규직 처우에 대한 회사의 일방적 행위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회사는 올 7월의 비정규직법 시행을 앞두고 뉴코아 아울렛과 홈에버의 비정규직 750여명에 대해 계약해지 하거나 용역업체 소속으로 바꾸어 버렸다. 이 과정에서 노조와 어떤 대화도 시도하지 않았다.

더욱이 외주화와 계약해지는 고용불안 스트레스와 저임금에도 묵묵히 일해 온 종업원들을 한순간에 내팽개치는 행위였다. 2년 이상 고용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해야 하는 현 비정규직법의 맹점을 교묘히 악용한 편법이기도 했다. 비정규직 문제는 본디 회사나 노조, 어느 한 쪽의 뜻만으론 결코 풀 수 없다. 노사정이 비정규직법을 두고 지난 6년 동안 몸살을 앓은 것도 이 때문이다.

사 쪽의 태도는 노조를 아직도 협력적 파트너로 보지 않는 박성수 회장의 전근대적 노사관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박 회장이 “노조는 비성경적이고 반기업적”이란 인식을 유지하는 한 사태 해결 가능성은 낮다. 박 회장은 2000~2001년 장기파업의 교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대화와 소통 부재 속에 무려 265일 동안 이어진 파업의 결과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와 뿌리 깊은 불신뿐이었다.

이미 감정의 선을 넘은 상황에서 기존의 노사 대표 만남으론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잡기 어렵다고 본다. 박 회장이 이른 시일 안에 노조와 적접 협상에 나서야 한다. 그게 결자해지며, 진정한 ‘기독경영, 책임경영’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만남만으로는 곤란하다. 고용보장 대책 등 구체적인 방도를 들고 만나야 한다.

노조도 수개월째 고통을 받고 있는 조합원들과 점주들을 고려해 되도록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고 적극 대화에 임할 필요가 있다. 강경일변도만 능사가 아니다. 상생적 관점에서 해결 가능한 요구를 가지고 타협할 필요가 있다.

이 참에 정부의 무능을 나무라지 않을 수 없다. 이랜드는 비정규직법 시행 이전부터 충돌이 충분히 예상된 사업장이었다. 그런데도 노동부는 사전조정 등 어떤 조처도 취하지 않았다. 사태가 악화한 이후에야 뒤늦게 몇 차례 중재에 나섰다. 노동부는 지금부터라도 활용 가능한 정책수단을 최대한 동원해 사태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 비정규직법의 맹점이 드러난 만큼 노동계와 경영계 등과 숙의해 비정규직법 보완대책도 서둘러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 제2, 3의 이랜드 사태를 방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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