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9.21 17:49
수정 : 2007.09.21 18:06
사설
신정아씨에 이어, 정윤재 전 청와대 비서관을 걸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도 법원이 기각했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건설업자 김상진씨한테 2천만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원은 정 전 비서관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우려가 없다는 점과 함께, 김씨의 일방적인 진술만으로는 구속을 하기에 충분한 소명이 되지 못한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의 판단에 무리한 점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검찰은 이번에도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수사가 어렵게 됐다는 게 검찰의 주장인데, 인권의 보루임을 자처하는 검찰답지 않다. 수사를 진척시키자면 사람을 붙잡아 둘 필요가 있겠지만, 이는 피의자의 방어권을 고려하지 않고 수사 편의만 생각하는 것 아닌가.
영장 기각은 검찰이 무리하게 영장을 청구한 결과라고 본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에 대한 영장에서 돈을 줬다는 김씨의 진술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내놓지 못했다. 신씨에 대해서도 “교수 임용 배경에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있다”면서 그 근거를 제대로 대지 못했다.
여론의 관심을 끄는 사건에서 검찰이 받는 압박감은 이해한다. 그러나 피의자를 일단 구속시켜야 제대로 수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는 강박관념도 검찰은 버려야 한다. 반대로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을 두고 수사가 부실했던 탓이라고 검찰을 몰아붙이는 것도, 아직 밝혀지지 않은 어떤 범죄를 피의자가 저질렀을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하는 지적이라면 옳지 않다.
검찰과 법원은 사람을 구속하는 데 더욱 신중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수사기관이 언론에 흘린 피의자의 범죄 혐의만으로 여론재판이 벌어지고, 검찰이 이에 기대어 피의자를 구속 수사했는데 나중에 법정에서 무죄 판결이 나온 사례가 그동안 얼마나 많았던가. 특히 검찰은 구속영장 발부를, 효율적인 수사를 위한 수단이나 수사 결과에 대한 일차 평가로 보는 발상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구속 여부에 관계없이 철저히 수사하고, 구속이 필요하면 그 이유를 소명하는 데 더 많은 애를 쓰는 게 정도다. 수사 결과에 떳떳하다면, 검찰이 무얼 걱정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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