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9.28 18:02
수정 : 2007.09.28 18:02
사설
열흘 넘게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미얀마(옛 버마)의 사정은 우리에게 결코 낯설지 않다. 비무장 시민들을 향해 몽둥이를 휘두르고 총을 쏘아대는 군인들과 피를 흘리며 거리에 쓰러진 희생자들의 모습은 27년 전 광주 민주화운동 그대로다. 그때의 5공 정치군부도 미얀마 군부처럼 성직자와 지식인들을 마구잡이로 연행했다. 무자비한 폭력에도 굴하지 않고 거리로 나서는 미얀마 민중들은 1987년 6월항쟁 때 최루탄 연기 가득한 거리에 함께 섰던 우리들의 모습이다. ‘삐두산다 삐와바제’(국민들이 원하는 대로 해 주세요)라는 미얀마 국민들의 요구도 최소한의 민주주의 실현을 요구한다는 점에선 6월항쟁 당시의 ‘호헌철폐 독재타도’ 구호와 다르지 않다.
시민단체들이 미얀마 민주화를 지원하고자 모금과 항의 집회 등 연대 활동에 나서기로 한 것은, 이런 점에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우리가 이미 뼈저리게 겪었던 군사독재의 고통과 민주화의 열망을, 이젠 우리 일이 아니라고 외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를 쟁취한 경험이 있는 한국인의 성원은, 45년 넘게 군부독재에 시달리는 미얀마인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이는 보편적 인권의 실현을 위해서도 꼭 해야 할 일이다. 모금 활동이나 항의 집회 외에 각국 정부가 미얀마 정부에 대한 압박과 제재에 나설 것을 요구하는 서한 보내기 등 좀더 적극적인 행동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민주 쟁취의 벅찬 기억을 지닌 국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기대한다.
물론, 미얀마 민주화 지원은 시민사회만이 할 일은 아니다. 정부가 나서야 한다. 바깥의 평가와 우리의 자부심대로, 한국은 2차대전 이후 독립한 나라 가운데 민주화와 산업화를 함께 이룬 몇 안 되는 나라의 하나다. 미얀마인들도 한국의 민주화를 부러워하고 본받으려 한다고 한다. 그런 한국이 미얀마 자원 개발과 현지 진출 기업들의 이해 때문에 미얀마 민주화에 침묵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서야 되겠는가. 유엔과 미국, 유럽연합에 이어 아세안, 그리고 미얀마에 큰 경제적 이해관계를 지닌 중국까지 군사정권을 압박하고 나선 마당이다. 한국 정부가 경제적 이해에 연연해 어정쩡한 자세를 취하는 것은 보기 부끄럽다.
우리의 민주화에는 외국의 관심과 지원이 큰 힘이 됐다. 이제는 우리가 이웃의 민주화와 인권에 관심을 보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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