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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9.28 18:02 수정 : 2007.09.28 18:02

사설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은 최근 ‘정년 보장 교수’ 심사에서 신청한 교수 35명 가운데 15명을 탈락시켰다고 한다. 1971년 카이스트 개교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연공에 따라 정년 보장을 신청하면, 특별한 예외를 제외하고 모두 승인하던 게 관례였던 점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더 주목되는 건 그 충격파는 카이스트에 그치지 않고, 한국의 대학 사회로 확산될 것이라는 점이다. 공무원 사회가 철밥통으로 비유된다면, 우리 교수 사회는 ‘다이아몬드 밥통’으로 여겨졌다. 한번 꿰차면 별다른 노력 없이도 평생 안정된 자리와 명예를 보장받는 것으로 여겨졌다. 사실 우리 대학은 실력과 실적보다는 연줄과 정치력을 중시한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세계적인 대학평가 기관의 평가에서 단 한 곳만이 턱걸이로 100위 안에 드는 현실은 그 결과일 수 있다. 마침내 우리 대학 교육은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주범으로 지목되기에 이르렀다.

이런 눈총 속에서 올해 초 여러 대학은 개혁안을 잇달아 발표했다. 한국외대는 재임용 조건으로 공인된 잡지에 매년 두 편 이상 논문을 발표하도록 했고, 국제적인 학술지에 논문이 실리지 못하면 승진 및 정년 심사에서 탈락시키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동국대와 서강대 등은 연봉제 도입이나 성과급 차등제 도입 방안을 내놨다. 서울대 역시 장기발전 계획이긴 하지만, 기존의 호봉제를 연봉제로 바꾸고, 승진 정년 심사 때 국내외 석학의 검증을 받도록 제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실천이다. 지금까지도 시도는 많았지만, 교수 사회의 벽에 부닥쳐 용두사미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카이스트의 이번 심사가 주목받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러나 염두에 둘 것은 새로운 제도의 부작용이다. 사실 교수 재임용이나 승진·정년 보장 심사 등 기존의 제도만 제대로 시행됐다면, 새로운 조처는 굳이 도입할 필요가 없었다. 이들 제도는 정권 혹은 학교 당국의 정치적인 도구로 이용돼 학문의 자유를 제약하고 비판적 지성을 억압했으며, 불신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선 과도한 양적인 실적 요구가 장기적 심층적 연구를 불가능하게 해 연구자의 창의적 연구의욕을 꺾을 뿐 아니라, 표절 등 각종 부작용을 양산하기도 했다. 새로운 제도보다 중요한 것은 학교 사회의 합의와 윤리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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