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9.28 18:05
수정 : 2007.09.28 18:05
사설
법무부에서 ‘차별금지법안’을 다음달 2일 입법예고한다. 성별과 장애 등 신체조건에 따른 차별은 물론이고, 출신국이나 민족, 인종과 피부색 및 언어, 출신지역, 혼인 여부와 임신·출산, 가족형태나 종교·사상, 범죄전력, 성적 지향과 학력 등을 이유로 한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것이다. 차별을 줄이기 위한 국가의 노력을 명시하고, 차별 피해자를 구제하는 절차도 담고 있다.
우리 헌법은 ‘평등’을 핵심 이념 가운데 하나로 삼고 있으나, 현실은 이와 동떨어져 있다. 여성권한 잣대에 대한 유엔개발계획(UNDP)의 국가간 비교를 보면 우리나라는 70개국 가운데 63위에 든다. 장애인은 고용과 이동권 등에서 심한 차별을 받고 있다. 고령자의 노동시장 진입이 어렵고, 고용의 안정성 및 보상에서 차별받는 비정규직이 급증하는 등 사회 구석 구석에 차별이 만연해 있다. 이런 차별은 피해 당사자에게 고통을 줄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인적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을 가로막는다.
지금도 남녀고용평등법을 비롯해 차별을 금하는 법률이 있기는 하지만 성차별 등 특정 사유에 한정돼 있고, 선언적으로 차별 금지 원칙만 밝히는 경우가 많아 실효성이 높지 않다. 이번 차별금지법 제정은 인권 선진국에서 보편화된 국제규범을 폭넓게 국내규범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의미가 크다. 직접적이고 의도적인 차별뿐 아니라, 중립적인 기준임에도 특정집단이나 개인에게 매우 불리한 결과를 가져오는 간접 차별까지 금하는 것도 국제기준을 적극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법 제정은 단지 첫걸음일 뿐이다. 국가기관부터 차별시정 기본계획을 제대로 수립하고 앞장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정 신체조건을 가진 사람이 교육 기회나 근로조건에서 차별받지 않으려면 기반시설을 갖추는 데 많은 비용이 든다. 국가의 지원을 크게 늘리지 않으면 차별 시정은 어렵다.
차별 시정을 강제하고 피해를 구제할 장치가 미흡한 것은 아쉽다. 법원 판결에 따른 손해배상만으로 차별을 얼마나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욱이 법안은 손해배상액을 차별 행위자가 얻은 이득으로 한정하고 있다. 차별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시정명령 및 이행강제금 부과 제도는 나중에 검토하더라도, 악의적인 차별을 두고서는 징벌적인 배상을 하도록 하는 제도 도입을 국회에서 적극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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