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9.30 17:59
수정 : 2007.09.30 17:59
사설
비핵화와 관련한 북한의 태도가 아주 적극적이다. 북한은 중국 베이징에서 나흘간 열린 6자 회담 2단계 회의에서, 플루토늄의 생산·사용 내역과 재고량을 모두 공개하고 그에 대한 검증활동까지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북한은 농축우라늄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모든 의혹을 다 규명한다는 자세를 보였다. 2·13 합의에서 규정한 ‘모든 핵 프로그램의 완전한 신고’에 부합하는 태도다. 북한이 연말까지 이행해야 할 ‘모든 현존하는 핵시설의 불능화’에 대해서도 구체적 합의가 이뤄졌다. 영변 5메가와트 원자로와 재처리시설, 핵연료봉 제조공장의 핵심 부품을 뜯어내 특별관리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미국이 북한을 압박해온 지금까지 양상과는 달리 이번 회담에선 북한이 미국의 상응조처를 강하게 요구했다. 그간 우여곡절을 겪어온 6자 회담이 새로운 차원에 접어든 셈이다.
이번 회담에서 장애물은 오히려 미국 쪽에서 나왔다. 미국은 9월 초 북한과의 제네바협의에서, 대북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와 적성국교역법 적용 종료를 약속했다고 한다. 그런데 미국은 이를 문서화해 공표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이번 회담의 합의문 채택이 2일 이후로 미뤄진 주된 이유다. 미국의 이런 태도에는 두 사안 모두 의회의 협조나 동의가 필요하다는 현실적 이유가 작용한다. 특히 최근 강경파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어서, 북한의 2·13 합의 이행이 확인되기 전에는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시기를 확정해 발표하기 어려운 사정도 있다. 그렇더라도 이번 회담에서 보여준 미국의 태도는 유감스럽다. 고비를 넘어야 할 때 분명하게 행동하지 않으면 회담 전체가 뒤틀릴 수도 있다.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이번 회담은 북한 핵 폐기와 북-미 관계 정상화의 길을 연 회담으로 기록될 것이다. 핵 불능화와 프로그램 신고가 올해 말까지 계획대로 이뤄지면 바로 핵 폐기 단계에 접어들고, 대북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다음에는 북-미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새로운 조처들이 본격 검토될 것이기 때문이다. 6자 회담의 성과는 참가국 모두의 노력에 달려 있지만, 특히 북한과 미국의 신뢰와 성실한 합의 이행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수적임은 물론이다. 2일부터 평양에서 열릴 남북 정상회담 또한 이번 6자 회담의 순조로운 마무리 및 합의 이행과 다음 단계 진입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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