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9.30 18:00
수정 : 2007.09.30 18:00
사설
10월은 노인의 달이다. 특히 올해는 변변한 복지혜택을 입어본 적이 없는 우리 사회 노인들에게 특별하게 여겨질 수도 있겠다. 15일을 기해 기초노령연금 신청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거주지 읍·면 사무소에 신청하면 70살 이상 노인들은 내년 1월부터 일정한 현금을 받을 수 있다. 내년 7월엔 65살 이상 노인 60%도 받게 된다. 다달이 나라에서 최고 8만~9만원의 돈을 받는다고 하니, 노인들에게는 꿈같은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 꿈이 도리어 허탈과 분노를 낳지 않을까 걱정부터 앞선다. 이를 둘러싼 혼란과 갈등이 불을 보듯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선 애초 대상자 모두 8만~9만원 가량 받는 걸로 알려졌지만 최종 지급되는 연금액은 노인들마다 달라 월 2만원을 받는 노인도 적잖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지금껏 받던 월 1만2천원의 교통수당이 기초노령연금 도입으로 폐지될 공산이 큰 상황에서 2만원을 받으면 겨우 8천원 더 많은 셈이다. 누구는 8만~9만원 받는데 왜 난 고작 2만원이냐는 항의에 정부가 어떻게 답할지 난망할 것 같다. 이런 일이 빚어지는 이유는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노인들이 달마다 얻는 실제소득과 정부가 정한 기준소득 사이의 차이만큼 연금을 지급하도록 제도가 설계된 데 있다.
또 최대 500만명이 넘는 노인을 대상으로 일일이 자산조사를 해 수급자를 가려야 하는데, 이를 지금 행정력으로 수행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민원대란 이전에 업무대란이 벌어질 상황이다. 이밖에도 신청을 해야 지급되는 신청주의로 인해 진정 도움이 필요한 노인이 소외될 우려도 없잖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의 재정분담을 놓고 지자체가 반발하는 등 시행 전부터 삐걱거리고 있는 상황도 간과할 수 없다. 기초노령연금 시행에 따라 예상되는 상황은 정치권의 무책임한 입법과 졸속 연금개혁의 후유증이라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시한폭탄급’이다.
제도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지금이라도 정부는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먼저 노인들에게 허황한 환상을 심어주기보다는 정확한 정보를 알려야 한다. 까탈스런 자산조사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사실 이런 조처는 어디까지나 미봉책일 뿐이다. 궁극적으로는 자산조사 없이 노인 대다수에게 일정한 연금을 지급하는 기초연금제의 전면 도입만이 해법이다. 정치권과 정부는 근본적으로 발상을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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