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9.30 18:00
수정 : 2007.09.30 23:26
사설
올 들어 국제 곡물 가격이 초고가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밀은 1년 전에 비해 94%, 옥수수와 콩은 각각 25%, 73%나 올랐다. 이대로 가다가는 연간 농수산물 적자가 사상 처음으로 100억달러를 넘어설 지경이다.
곡물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중국 등 개발도상국의 수요가 급격하게 느는데다 미국과 브라질 등을 중심으로 바이오에너지 개발이 본격화하면서 공급이 크게 달리기 때문이다. 곡물 가격이 오르면 당장 국내 식료품 가격이 오르게 돼 있다. 실제로 국내 식품업체들은 지난주 밀가루 값을 13~15% 올렸다. 더불어 배합사료와 가공식품 값도 오르게 된다. 국제 곡물값 상승이 국내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저소득 서민층의 가계를 압박하고 나라경제 전체를 주름지게 할 것이 분명하다.
문제는 이런 추세적인 상승세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게다가 우리는 식량자급률이 25%에 불과해 곡물값 상승에 거의 무방비 상태다. 어디 그뿐인가. 값싼 중국산 농산물이 밀려들면서 우리 농업은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비준돼 미국산 농산물까지 쏟아진다면 농업은 회생 불능의 타격을 입게 될지도 모른다. 식량자급률은 갈수록 떨어질 것이고, 국제 곡물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쇠고기·쌀 등의 수입량이 급증하게 되면 농수산물 수입에 따른 무역적자가 수백억달러에 이를 수도 있다.
국제 곡물 가격 상승을 계기로 우리 농업 살리기에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농업을 되살리는 일은 농민을 살리고, 일자리를 늘리며, 무역적자를 줄이는 일석삼조의 일이다. 전세계의 곡물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데 ‘어차피 우리 농업은 경쟁력 없는 것 아니냐’는 자조적인 말만 되풀이한다면 이처럼 무책임한 일은 없을 것이다.
국제 곡물 가격이 오르는 만큼 우리 농업의 경쟁력도 높아지게 된다. 농업을 되살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인 셈이다. 농민들에게 돈으로 적자를 보전해주는 지금까지의 방식은 대안이 될 수 없다. 장기적인 체질 개선이 우선이다. 어차피 농수산물 시장의 점진적 개방은 피할 수 없는 대세다. 우리의 식량주권이 국제 곡물 메이저들에 휘둘리지 않도록 농업을 살리는 일에 눈을 돌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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