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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0.01 18:42 수정 : 2007.10.02 00:09

사설

미얀마(옛 버마) 군사정권이 민주화를 요구하는 평화시위를 끝내 총칼로 짓밟았다. 무력 진압에 따른 사상자가 적지 않다고 한다. 국제사회의 비난을 무릅쓰고 그런 야만적인 일을 서슴없이 저지르는 정권이니, 시위를 이끌다 붙잡혀간 이들의 안위도 걱정스럽다. 우리나라에도 미얀마를 탈출해와 머물며 민주화 운동을 계속하는 미얀마인들이 여럿 있다. 그들에게 귀국은 자칫 목숨까지 위태롭게 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그들이 신청한 난민 지위 인정을 우리 정부가 끈질기게 거부하고 있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번 민주화 시위를 이끈 버마 민족민주동맹(NLD)의 한국지부 회원 22명은 지난 2000년 우리 정부에 정치적 박해를 이유로 난민 신청을 했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지금까지 난민으로 인정받은 이는 8명뿐이다. 난민 신청을 거부당한 9명이 법원에 소송을 내, 8명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승소했다. 그러나 법무부가 대법원에 다시 상고했다. 법무부는 판례를 남기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우리 정부가 난민 지위 인정에 얼마나 소극적인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의 난민 정책은 국제 인권단체들한테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난민 인정 기준이나 절차를 매우 까다롭게 하여, 난민을 거의 받아들이지 않는 탓이다. 1992년 국제난민조약 가입 이후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1400여명의 신청자 가운데 60여명만 난민으로 인정했다. 물론, 난민 신청자 가운데는 불법체류에 따른 추방을 미뤄보려는 의도를 가진 사람이 섞여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신청자들을 일단 ‘악의’를 가진 것으로 보는 정부의 태도가 문제다. 난민 지위를 인정해도, 지원도 거의 하지 않는다.

그동안 우리 정부에 난민 신청을 한 이들 가운데 셋 중 하나는 본국의 정치적 박해나 탄압을 이유로 들었다. 군사통치를 물리치고 민주화를 이룬 나라이니 뭔가 다를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우리나라를 찾았을 텐데, 소극적인 난민 정책은 그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줬을 것이다. 정부가 그동안 관련 공무원 수를 늘리고, ‘인도적 체류 인정’ 제도를 도입하는 등 몇 가지 개선을 하기는 했으나, 아직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정도는 못된다. 난민 인정 절차부터 국제적 기준에 맞게 시급히 정비해야 한다. 난민 정책은 한 나라의 인권 보호 수준을 재는 척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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