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0.01 18:43
수정 : 2007.10.01 18:43
사설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후보 경선이 갈수록 혼탁하다. 정책이나 비전 대결 대신 상대를 욕하는 네거티브 공세에 열중하는 것도 모자라, 그제 새벽에는 후보 진영 사이 몸싸움까지 벌였다. 버스로 사람을 실어나르는 조직 동원도 일부 드러났고, 부산에선 동원선거 계획이 발각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노무현 대통령의 명의가 선거인단에 도용된 사건 수사에선 유력 경선후보의 선거대책위 간부가 직접 관련됐다는 의혹까지 드러났다. 어지럽기 그지없다. 이런 모습은 정당 정치의 시계를 몇 십 년 전으로 돌리는 퇴행적 행태다. 국민참여 경선의 본뜻과도 거리가 멀다. 위법행위에 대해선 경찰과 선관위의 신속한 조사를 거쳐 엄정한 처벌이 뒤따라야겠지만, 경선 참가자들도 이런 진흙탕 싸움과 조직동원의 구태를 하루빨리 벗어야 한다. 정치공세니 아니니 하는 말씨름만 계속하다가는 공멸할 수 있다.
사실 위기의 조짐은 이미 나타났다. 이제 절반을 치른 셈인 통합신당 경선의 투표율은 평균 19.19%에 그쳤다. 특히 신당의 핵심 지지기반이랄 수 있는 광주·전남 경선의 투표율은 22.63%로, 2002년 당시 민주당 광주 경선의 투표율 81%에 크게 못미친다. 당 지도부가 동원되고 세 경선후보 진영이 며칠씩 묵어가며 전력을 다해 선거운동에 나섰지만, 유권자들이 냉담하게 등을 돌린 것이다. 그 이유는 쉽게 짐작된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후보들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봤기 때문일 게다. 후보들이 그동안의 유세나 토론에서 자신이 왜 집권해야 하는지를 제시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연말 대선에서 상대 후보와 맞설 경쟁력도 보여주지 못한 탓이다. 여기에 서로 상처를 주는 네거티브 공격과 구태의연한 동원선거 논란만 벌였으니, 기존 지지층이라도 투표하러 갈 의욕이 없어졌을 것이다.
통합신당은 이제 특단의 대책과 각오를 세워야 한다. 경선만 치른다고 해서 국민의 지지가 모이는 게 아니며, 기존 지지층도 언제까지나 무조건 지지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 이미 드러났다. 통합신당은 지금이라도 스스로 밝힌 원칙과 초심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지지층이 멀어진 이유를 살펴 진솔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우선이다. 고만고만한 당내 문제를 둘러싼 다툼 대신, 어려운 처지에 빠진 범여권이 갈 길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보여줘야 한다. 지금은 도토리 키재기를 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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