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0.02 18:07
수정 : 2007.10.02 18:07
사설
서울에서 평양까지는 승용차로 네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남쪽 대통령이 어제 군사분계선을 통과해 평양으로 가기까지에는 반세기 이상의 세월이 필요했다. 7년여 만에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이 인상적인 첫 육로 방북에 걸맞게 많은 성과를 내길 기대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북한 주민들은 노무현 대통령 일행을 따뜻하게 맞았다. 한복 차림 평양시민들이 외치는 ‘만세!’ ‘조국통일!’ 등의 함성은 남북이 같은 말을 쓰는 한겨레임을 새삼 실감하게 했다. 북쪽 환대는 2000년 정상회담 때와 비슷했으나 남쪽 사람들은 그때만큼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이는 역설적으로 그동안 남북 사이의 교류·협력이 크게 진척됐음을 방증한다. 그만큼 남북 관계의 새로운 도약이 절실하다는 말도 된다.
노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는 모습은 그 자체로 한반도 평화의 현주소를 지구촌에 보여주는 메시지였다. 군사분계선은 ‘눈에 보이는 것은 아무 것도 없는 선’임에도 지난 반세기 이상 우리 민족을 갈라놓았다. 남쪽 대통령이 걸어서 넘었다고 해서 군사분계선이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이 선이 더는 불변의 실체가 아님을 보여주는 데는 충분했다. 이날 행사를 위해 일부러 그은 노란 선은 오히려 이 선이 멀지 않은 시기에 없어질 운명임을 예고하는 듯했다.
‘평화’는 이번 회담의 핵심 열쇳말이다. 여전히 냉전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한반도·동북아 질서를 평화구조로 바꿔나가는 결정적 전환점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 관계에 있는 남북이 이 일에 앞장서는 것은 역사적 당위다. 1차 정상회담 이후 쌓인 남북 사이 신뢰와 평화를 향한 굳은 의지가 이를 위해 중요한 구실을 할 수 있다. 신뢰를 바탕으로 평화를 진전시키고 그 평화가 더 큰 신뢰를 쌓는 선순환 구조의 틀을 이번 회담에서 만들어내야 한다.
경협과 교류, 인도적 사업 등에서는 남북 사이에 상당한 신뢰가 형성돼 있으나 군사 부문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이번 회담에서 여러 안보·경제 현안에서 돌파구를 마련한다면 남북 관계 진전은 물론이고 관련국 사이의 한반도·동북아 평화체제 논의도 순조롭게 시작할 수 있다. 노 대통령은 평양 도착성명에서 “평화를 위한 일이라면 미루지 말고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하나 실천”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그 실천의 출발점이 바로 신뢰 확대, 특히 군사적 신뢰구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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