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7.10.02 18:09 수정 : 2007.10.02 18:09

사설

올 7월 시행된 비정규직법에 따라 전국에서 처음 차별시정을 신청한 노동자 가운데 한 사람이 해고될 처지에 놓였다고 한다. 안타깝고 기막힐 노릇이다. 법의 보호를 받자고 차별시정을 신청했는데, 그 대가가 해직이라니. 노동자에게 일자리가 생존 그 이상인 걸 생각하면 너무나 황망할 것 같다.

사정이 딱한 이 노동자는 지난 6년 동안 농협 경북 고령축산물 공판장에서 도축 일을 해 왔다. 그는 지난 7월 말 동료들과 함께 경북 지방노동위원회에 차별시정을 신청했다. 공판장이 정규직에 견줘 차별대우를 해 온데다, 법에 따른 차별시정 의무를 피하느라 자신들을 다른 업무로 일방적으로 배치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그의 항변에 대한 응답은 계약을 해지한다는 회사의 통보였다. 더욱이 이 통보는 이씨가 신청한 차별시정 건에 대한 노동위원회의 심문회의를 앞두고 이뤄졌다.

문제의 심각성은, 비록 경북지노위의 심문회의에서 공판장의 차별대우가 인정돼 시정명령이 떨어지더라도 해고 자체를 되돌릴 가능성이 아주 적다는 데 있다. 차별시정 명령은 해고와는 전혀 별개의 사안으로 다뤄지기 때문이다. 그가 복직을 하려면 결국 노동위원회에 다시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내야 한다. 이씨와 함께 신청을 낸 비정규직 동료 10명 가운데 5명도 11월부터 내년 1월에 걸쳐 각기 계약기간이 끝날 예정이어서 비슷한 처지다.

차별시정은 비정규직법이 지향한 핵심 목표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현실에선 시정을 요구하는 비정규직을 도리어 해직이란 극단적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비정규직법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차별시정 제도에 대해서는 애초부터 현실과 괴리가 많다는 지적이 있었다. 무엇보다 비정규직 개인이 신청하도록 한 점이 문제다. 신청자가 누구인지 회사가 알 수 있고, 회사가 불이익을 주더라도 신청자에겐 마땅한 대응 방법도 없다. 단단히 마음 먹지 않고선 차별을 시정해 달라고 신청하기 어려운 구조다. 시행 석 달이 지났는데도 전국에서 기껏 133명만이 차별시정을 신청한 것만 보더라도 이 제도의 설계가 비현실적임을 보여준다. 정부는 먼저 개인이 아닌 노조 등을 통해 집단적으로 차별시정 신청이 가능하도록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차제에 비정규직법의 맹점과 한계에 대한 좀더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