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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0.03 18:38 수정 : 2007.10.04 01:51

사설

한반도·동북아 평화 새 지평 여는 정상회담

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첫 회담을 마친 뒤 “분명하게 평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개혁·개방에 대한 북쪽의 불신과 거부감을 예로 들며 “남쪽은 신뢰하는 사안에 대해 북쪽은 의심을 갖는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이런 언급은 일부 이견에도 불구하고 핵심 의제들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이뤄졌음을 보여준다. 어제 김 위원장은 애초 오늘까지로 예정된 회담 일정을 하루 더 늘리자고 제안하기까지 했다. 이번 회담에 대한 북쪽의 의지가 느껴진다.

비핵화-평화체제 의지 확인

한반도 비핵화는 어제 회담의 핵심 의제 가운데 하나였다. 남북은 모두 핵문제 해결이 한반도·동북아 평화의 전제조건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두 정상은 또한 핵문제 해결과 한반도·동북아 평화체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곧 6자 외무장관 회담이 열리고 나면 관련국 사이 평화체제 논의가 시작된다. 이번 정상회담은 이런 평화체제 논의에 시동을 걸고 남북의 평화 의지를 다진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한반도 평화가 확고해지려면 관련국 사이 평화체제 논의와는 별개로 남북이 풀어야 할 일이 적지 않다. 휴전선 부근에는 지구촌 최대 규모의 군사력이 밀집해 있으며, 반세기 넘게 유지돼 온 기형적인 정전체제는 한반도의 번영에 심각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비무장지대(DMZ) 등을 ‘평화벨트’로 묶는 방안이 논의된 것도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대규모 부대이동과 군사연습의 통보·통제, 군 인사교류 및 정보교환 등 군사적 신뢰 구축이 시급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대량살상무기와 공격 능력의 제거 등 단계적 군축을 이루기 위한 상설 공동기구 설치도 이를수록 좋다.


평화를 위한 노력은 남북 경협의 수준을 대폭 높여줄 것이다. 남북은 2000년 정상회담 이후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경의·동해선 철도 등 3대 경협사업을 중심으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남북이 함께 번영하려면 이 정도로는 안 된다. 유무상통 방식의 경협을 활성화하는 것을 비롯해 남북의 인적·물적 자원이 자유롭게 결합하도록 해야 상승효과가 생긴다. 그러려면 경제외적 장애물을 빨리 제거해야 한다. 평화와 번영이 결합하는 곳이 바로 이 지점이다. 이번 회담에서 이와 관련한 논의가 폭넓게 이뤄진 것은 고무적이다.

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회담한 어제는 공교롭게도 북한이 지난해 핵실험을 예고한 날이었다. 그때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한때 최악의 상태에 접근했다가 급반전해 이제는 새로운 한반도·동북아 평화질서를 논의하는 수준까지 왔다.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말이 실감나는 상황이다. 이번 회담은 이런 추세를 가속화하는 데 크게 이바지할 것이다.

그간의 변화는 중국이 어제 합의문을 공개한 6자 회담 2단계 회의 성과에서 잘 나타난다. 합의문에는 북한이 올해 안에 주요 핵시설을 불능화하고 핵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정확하게’ 신고한다는 약속이 담겼다. 불능화 과정에는 미국 쪽 전문가 그룹이 투입돼 신뢰성을 높이게 된다. 북한은 또한 핵 물질과 기술 또는 노하우를 해외로 이전하지 않겠다고 확인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생각하기 어려웠던 한반도 비핵화의 결정적 진전이 이뤄지는 셈이다.

미국이 북한을 보는 눈도 눈에 띄게 바뀌었다. 6자 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그제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에 대한 적대정책을 취하고 있을 뿐 북한 주민에 대한 적대정책을 견지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의 이행에 발맞춰 대북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및 적성국교역법 적용 배제 조처가 취해질 것임을 분명히한 것이다. 그 다음 단계는 대북 관계 정상화가 될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신뢰와 평화를 증진시키기 위한 여러 제안을 한 반면 북쪽은 지난번 회담과 마찬가지로 통일과 ‘우리 민족끼리’를 강조했다. 남쪽은 남북 관계의 실질적 진전을 꾀한 데 비해 북쪽은 원칙에 비중을 둔 것이다. 북쪽의 적극적인 개혁·개방 의지가 아쉬운 대목이다.

남북의 주도적 구실이 절실하다

남북이 함께 명심해야 할 것은 자주적 태도다. 한반도 주변에는 세계 4대 강국이 포진해 있고, 앞으로 동북아 정세는 어느 나라의 독주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남북 모두 과거처럼 한두 강대국에 편승하는 국가전략으로는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다. 한반도의 운명은 스스로 개척할 수밖에 없으며, 이번 정상회담은 그 출발점이 돼야 한다. 남북은 한반도·동북아 평화의 새로운 지평에서 주도적 구실을 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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