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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0.05 18:46 수정 : 2007.10.05 18:46

사설

노무현 대통령은 그제 남북 정상회담 대국민 보고회에서 “가져갔던 보자기가 작아 짐을 다 싸기 어려울 만큼 성과가 좋았다”고 자평했다. 실제 이번 공동선언 내용은 대부분 남쪽이 제안한 것이며, 정상회담에서 합의해야 할 사안으로 정부 안팎에서 얘기돼 온 것들을 거의 포괄하고 있다. 이는 북쪽이 나름대로 고심에 찬 결단을 내렸음을 뜻한다. 앞으로 남북 관계에서 더 큰 변화를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북쪽의 결단을 전술적 차원으로만 해석하는 것은 잘못이다. 물론 북한이 공세적 대응을 통해 국제사회의 대북 경계심을 완화하고 남쪽의 지속적 지원을 유도하는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과 최근 6자 회담에서 나타난 북쪽 태도는 그런 차원을 뛰어넘는다. 핵문제 해결을 내다보며 남북 및 북-미 관계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생존과 경제발전에 필요한 새 기반을 구축하려는 듯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전략적 결단’에 다가가고 있는 셈이다. 남쪽이 이번에 제안한 평화체제 및 군사 의제와 남북 공생의 경협모델은 북쪽의 결단을 앞당기는 데 기여할 것이다. 이런 과정이 바로 통일의 진전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아쉬운 것은 개혁·개방에 대한 북쪽의 거부감이다. 노 대통령도 ‘북쪽의 개혁·개방을 유도한다는 말을 앞으로 정부 차원에선 쓰지 않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북쪽이 꾸준히 개혁·개방을 하지 않으면 경협 효과부터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북쪽은 체제동요를 우려해 개혁·개방이라는 말을 쓰는 것조차 꺼리지만 실제로는 지난 몇 해 사이 하나둘씩 관련 조처를 취해 왔다. 2002년 7·1 경제관리 개선조처, 2004년 말 외국인 투자법 및 무역법 개정, 2005년 4월 나선경제무역지대법 개정, 최근의 외국인 투자 유치 적극화 등이 그 사례다. 이번 선언에도 개성공단 사업 원활화를 위한 ‘제반 제도적 보장조처 완비’와 경협 확대를 위한 ‘우대조건과 특혜 우선적 부여’를 규정했다. 이미 현실에서 모순을 드러내고 있는 북쪽의 이중적 태도는 경협의 폭과 속도가 빨라지면 심각한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중국과 베트남은 기존 체제를 유지하면서 개혁·개방 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북한 역시 현재의 고립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대외관계와 경제발전을 이뤄내기 위해선 안팎에 개혁·개방 의지를 분명히하는 게 더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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