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0.05 18:48
수정 : 2007.10.05 18:48
사설
유방 절제수술을 받았다는 이유로 국방부가 피우진 중령을 퇴역시킨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어제 나왔다. 현역으로 복무하는 데 장애가 되지 않는다면 심신 장애를 이유로 전역 처분을 해서는 안 된다는 지극히 당연한 판결이다. 피씨는 암을 치료하느라 유방을 절제한 뒤에도 해마다 실시한 정기 체력검정에서 모두 합격 판정을 받았다. 임무 수행에도 아무 지장이 없었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경직된 군인사법 시행규칙 적용을 밀어붙여 그의 군복을 벗겼다. 국방부의 경직된 행태에 법원이 뒤늦게나마 제동을 걸어 다행이다.
그를 전역시킨 국방부의 의사결정 과정은 관료주의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수술 뒤 피씨는 아무 문제 없이 헬기 조종을 계속해 왔으나, 4년이 지난 뒤 갑작스레 유방절제를 문제 삼았다. 전역 조처는 잘못이라는 여론이 일자, 국방부는 그의 전역을 여섯달 동안 미뤘지만, 끝내 애초대로 전역 처분을 밀어붙였다. 헬기 조종이 어렵다면 다른 업무를 맡길 수도 있는 일이었으나, 그런 유연한 사고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피씨는 전역 뒤 중앙군인사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을 제기했으나 국방부는 이 또한 기각했다. 어느 단계에서도 상식과 합리성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피씨를 전역시킨 뒤에야, 국방부는 장애등급 1∼7등급을 받으면 복무능력과 무관하게 무조건 전역시키게 한 문제의 시행규칙 조항을 고쳤다. 고의로 심신장애를 일으키거나 완치가 어려운 경우 등이 아니면, 본인 희망에 따라 계속 근무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 뻔한 잘못을 이렇게 고치면서 피씨를 굳이 희생시킨 이유가 무엇이었던가? 문제를 제기한 데 따른 보복이 아니었는지 의심스럽기까지 했다.
법원 판결로 피 중령은 군에 복귀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국방부가 항소한다면 실제 복귀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 53살인 계급정년까지 그의 복무기간은 이제 채 2년도 남지 않았다. 국방부는 재판을 더 끌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은 27년 동안 나라에 봉사해 온 사람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피씨는 강제 전역에 맞서 싸우면서 우리 군 안에 만연한 여군 성차별을 고발한 바 있다. 남성 상관의 성희롱 등 범죄행위도 심각하다고 폭로했다. 군 지휘부가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 바로잡아야 할 사안이다. 보편적 인권은 군인이라고 적용에 예외가 될 수 없다. 군의 조처를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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