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0.07 17:50
수정 : 2007.10.07 17:50
사설
지난 4일 남북 정상이 합의한 경제협력 방안을 놓고 벌써부터 ‘비용’ 논란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은 이번에 합의된 경협사업으로 모두 30조원의 국민 부담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그보다 더 큰 수치를 들먹이는 이들도 있다. 협력사업의 구체적 윤곽이 아직 나오지도 않았으니, 근거 있는 수치로 보기 어렵다. 더욱이 경협에 투입되는 돈이라고 해서 모두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그런 주장을 하는 속셈을 헤아리기는 어렵지 않다. ‘퍼주기’ 논란을 불러일으켜 남북관계의 진전을 가로막아 보자는 것이다.
정 의원이 주장한 ‘소요재원 30조원’은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5일 낸 보고서에서 추산한 10조2천억원의 3배 가까이 된다. 경협 재원을 ‘비용’으로 몰아가는 것도 악의적이다. 개성공단 사업의 경우 2012년까지 모두 16조원의 재원이 들지만, 이 가운데 정부 지원분은 1조3414억원에 그친다. 이처럼 경협 재원은 일부만 정부 재정에서 나가고, 나머지 대부분은 민간이 시설 등에 ‘투자’하는 돈이다. ‘국민 부담’이 아닐 뿐 아니라, 수익 가능성도 얼마든지 열려 있다.
물론 정부가 남북협력기금 등을 통해 재정에서 지원하는 돈은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거쳐 집행돼야 한다. 다만, 그 지출이 북한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우리 기업들에 좋은 투자 여건을 만들어주는 데 대부분의 돈이 들어간다. 기업들한테는 수익 가능성이 높은 대북 투자만 하라면서, 그 기반을 갖춰 주려는 정부의 경협 지원은 퍼주기로 모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경협은 남북간 상호신뢰와 평화정착을 바탕으로 확대할 수 있지만, 경협의 폭이 크게 넓어지면 그것이 도리어 평화를 담보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 남북의 팽팽한 대치가 우리 경제의 질적 비약에 큰 걸림돌이 되는 현실에서 이는 나라 전체에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이득을 가져다줄 것이다. 남북의 경제력 격차를 고려할 때 북한 경제의 성장과 발전을 돕는 것은 뒷날 통일 비용을 크게 줄이는 현명한 투자이기도 하다. 경협에 참가한 우리 기업들로서도 새 수익원이 생긴다. 이런 성과들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당장 정부 지원에 따른 부담만을 따지는 것은 어리석은 셈법이 아닐 수 없다. 언제까지 우물 안 개구리의 좁은 눈으로 경협을 보려는가.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