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0.07 17:51
수정 : 2007.10.07 17:51
사설
엊그제 한국불교 조계종은 긴급 26개 교구본사 주지회의를 열었다. 전국 2300여개 사찰의 대표자 회의이니만큼 회의 자체는 물론 그 결과에 실린 무게는 막중했다. 결의문 메시지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언론과 정치권 수사기관의 행태에 대한 경고이고, 다른 하나는 그런 빌미를 제공한 종단내 파벌 문제에 대한 자성이었다.
아무래도 무게는 언론과 정치권을 향한 경고에 실렸다. <조선일보> 구독 거부 결의는 그 상징이다. 사실 각 언론은 크건 작건 불교계가 신정아·변양균씨의 부적절한 관계를 이용해 권력으로부터 온갖 혜택을 받은 것처럼 보도했다. 정치권과 수사기관이 어설픈 정보로 무책임한 언론 보도를 부추겼지만, 결과적 책임을 언론은 피할 수 없다. 결의문은 <문화방송> 등 다른 언론에 대해서도 법적 조처 가능성을 내비쳤다.
사실 정치권이나 일부 보수 언론은 의도했건 하지 않았건 신·변 사건을 권력형 비리로 모는 과정에서 불교계를 비리의 한 축으로 끼워넣었다. 대부분 정상적인 국고지원인데도 부정한 행위, 즉 공모의 대가로 받은 것처럼 오해하게끔 보도했다. 이 사건에서 불교계가 빠진다면, 신·변 사건은 그저 개인 비리에 그칠 뿐이었다. 이런 보도로 말미암아 정당한 지원마저 끊기게 되었으니, 불교계로선 참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권력형 비리로 의혹이 번지게 한 발단은 불교계가 제공했다는 사실이다. 동국대 재단의 파벌 간 주도권 다툼이 그것이다. 주도권을 쥔 쪽은 반대파 이사를 제명했고, 제명된 이사는 신정아-변양균 커넥션을 폭로했다. 이후 파벌간 치졸한 폭로-반폭로가 잇따랐다. 재단이사장은 전등사 특별교부금 문제까지 들고 나왔다. 딱한 노릇이었다.
중앙종회(국회에 해당)엔 종책모임이 있다. 정책 경쟁을 통해 종단 발전에 기여한다는 취지로 형성됐다. 그러나 총무원장 선거를 통해 여야로 나뉘는 이 종책모임은 실제론 기득권의 유지·확대에 이용될 뿐이다. 종단에서 그 행태는 여의도 국회나 정치판의 행태와 다를 게 없다. 결의문이 동국대 이사진 사퇴와 중앙종회 종책모임 자정 노력을 촉구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이 결의가 얼마나 실천될지는 미지수다. 수행과 봉사보다는 권력과 직책이 중시되는 풍토 때문이다. 이 풍토를 조장한 건 파벌이다. 파벌 혁파가 곧 자정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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