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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0.08 18:15 수정 : 2007.10.08 18:15

사설

비정규직법이 시행된 지 어제로 꼭 100일째다. 평가를 하기엔 아직 이르지 않으냐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지금껏 드러난 상황은 그렇지 않다. 법의 취지가 뿌리째 흔들리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법의 핵심적 목표는 두 가지였다. 비정규직이란 이유로 정규직에 견줘 차별하는 것을 막고, 2년 이상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하게 해 비정규직을 줄여 나간다는 게 그것이다.

하지만 이런 법의 목표가 무색한 상황이다. 가장 큰 문제는 사용자 쪽이 업무를 외주화해 교묘히 법망을 피해가는 양상이다. 이랜드 사태가 대표적이다. 이랜드 그룹 계열 뉴코아는 계산업무를 외주화하면서 53명을 계약해지했다. 사용자가 이런 식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회피해도 법이 속수무책이란 점은 더 심각한 문제다. 노동부조차 인정하고 있는 바다. 이 법이 가장 강조한 차별시정 제도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한 비정규직 노동자가 차별시정을 신청했다가 도리어 계약해지를 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처지에 있는 게 단적인 사례다. 비정규직 개인이 차별시정 신청을 하도록 한 제도 자체가 문제였다.

우린 그동안 비정규직법의 문제점을 누차 지적하며 개선을 촉구했다. 하지만 상황은 좀체 나아지는 게 없다. 도리어 악화하고 있다. 이를 재차 논하는 게 더는 무의미하단 생각마저 든다. 중요한 건 해법과 대안이며, 실천이다. 정부의 의지가 특히 중요하다. 노동부는 여전히 실태조사가 우선이라며 안일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의 의지가 강해도 풀기 힘든데 주무부처가 이래선 문제해결 길이 열릴 수 없다. 오죽하면 노동계가 비정규직법 폐기를 요구하고 나서겠는가를 노동부는 곱씹어 봐야 한다.

그러나 비정규직 문제는 본질적으로 정부의 의지만으로는 풀 수 없다. 노사정 어느 한쪽만으로 풀 순 없다는 건 지금까지 경험으로 충분히 입증됐다. 노동계의 요구대로 법 폐기가 능사도 아니다. 법만으로도 풀 수 없는 게 이 사안의 특징이다. 결국 노사정은 물론, 우리 사회가 함께 머리를 맞대어 지속적으로 답을 찾지 않으면 안될 일이다. 그래서 노사정과 시민사회가 함께 이 문제를 논의하는 별도의 연석회의를 여는 방안을 제안한다. 한시적일지라도 이 틀 속에서 다함께 답을 찾아보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 아니며, 가장 실질적인 해결의 출발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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