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0.09 18:33
수정 : 2007.10.09 18:33
사설
어제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는 교육공약을 발표하면서 두 가지 목표를 제시했다. 가난의 대물림을 막겠다는 것이고, 공교육의 질을 높여 사교육비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것이 그것이다. 문제의식은 적절했다. 문제는 정책방향이다.
현정부의 교육정책도 목표는 이 후보와 같다. 교육기회의 편중으로 사회적 지위와 부가 대물림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사교육을 억제하고, 공교육 정상화를 가로막는 대입제도를 바로 세우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후보의 정책방향은 현정부와 정반대다. 그의 공약대로 하면 현정부의 고교 평준화, 대학 본고사 금지 정책은 사실상 사라진다. 대입제도는 성적순 선발을 필사적으로 고집해 온 대학 자율에 맡겨지고, 고교는 자율형 사립고 등 입시명문을 지향하는 학교 중심으로 재편된다. 부(혹은 가난)의 대물림과 사교육 창궐의 주범으로 꼽혀 온 것들이, 오히려 해결 수단으로 제시된 셈이다. 누군가는 국민을 기망하고 있다고 해야겠다.
최근의 한 조사에, 한국인의 63.5%(일본의 경우 40%)는 학벌이 사회적 지위와 소득을 좌우한다고 믿고 있다고 한다. 사회정책적으로 분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니, 교육을 통해 더 나은 소득과 지위를 추구하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실제 한국인은 더 좋은 학벌을 위해 무한경쟁을 벌인다. 그러나 승패는 대개 맞춤형 사교육으로 무장한 부유층에게 돌아간다. 이 때문에 군사독재자들마저 사회적 불만을 무마하고자, 교육기회의 형평성을 강조하면서 고교 평준화와 과외 금지 정책 등을 폈다.
대입전형이 자율화되고, 본고사가 부활될 경우 고교 교육은 어떻게 될까. 우리 대학은 한번도 공교육 정상화를 고려해 본 적이 없다. 오히려 수능 성적순 선발, 통합형 논술 등을 통해 사교육 시장을 팽창시켰다. 전면적인 입시체제로 전환을 예상했는지 이 후보는 자율형 사립고의 신설을 공약했다. 이는 입시기관으로 변질돼, 초·중등 학교까지 사교육을 확대시킨 특목고나 자립형 사립고를 모두 포괄하는 개념의 학교다. 부유층 자녀가 주로 다닐 이런 학교 맞은편에는, 가난한 학생들도 입시에 몰두할 수 있도록 기숙학교를 만들겠다고 한다. 학교를 입시기관화하는 것도 모자라, 빈곤층과 부유층이 다니는 학교도 구별할 작정인가 보다. 계층간 격리와 사회적 배제의 극복은 교육의 가장 큰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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