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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0.10 18:31 수정 : 2007.10.10 18:31

사설

“오늘도 살았으니, 내일도 살고 싶다.” 1997년 12월30일 사형당한 강순철씨가 사형 집행 며칠 전 일기장에 쓴 글엔 살고자 하는 간절한 욕구가 담겨 있다. 그는 만취 상태에서 친구와 함께 어느 봉제공장에 들어가 여직원들을 때리고 불을 질러 직원 한 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체포됐다. 그는 집에서 태평하게 잠을 자다 붙잡혔는데 간밤의 일을 기억하지 못했고, 한결같이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강씨의 유죄를 인정해, 사형을 확정했다. 그가 불을 질렀다고 증언한 친구는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 강씨가 범인이 아닐 수도 있다고 본 이들이 구명을 위해 뛰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강씨를 포함해 23명의 사형수에게 사형이 집행된 지 올해 말로 꼭 10년이 된다. 법에 따라 사형선고를 받은 이는 그 뒤로도 계속 나왔다. 현재 64명의 사형수가 복역 중이다. 하지만 1998년 이후 우리 정부는 더는 사형 집행을 하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다. 한때 법정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기까지 했다. 사형제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이보다 더 극명하게 보여주는 보기가 있을까? 법원의 판단도 사람이 하는 것이다. 사람의 판단은 결코 완전할 수 없다. 유죄를 인정해 사형을 집행해 버리면, 유죄 판단이 틀렸다고 확인되더라도 돌이킬 길이 없다. 흉악범에 대해서는 사형이란 형벌이 있어야 한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사형 폐지국의 연구 결과로 보면, 사형 제도가 딱히 흉악범죄 예방 효과를 갖는 게 아니다. 죄인이라고 해서 사람이 다른 이의 목숨을 거두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이런 까닭에 세계 아흔 나라가 이미 사형을 완전히 폐지했고, 실질적인 사형 폐지국을 포함하면 130여 나라에서 사형이 사라졌다.

앞으로 100일 동안 사형을 집행하지 않으면 우리나라도 ‘실질적인 사형 폐지국’이 된다. 역대 정부가 사형 폐지를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해 온 셈이다. 현 정부가 새삼스레 사형을 집행할 리는 없다고 본다. 이제 국회가 입법으로 마무리를 할 때다. 16대 국회에서도 과반수가 넘는 국회의원이 서명한 사형제 폐지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바 있다. 이번 국회에도 175명의 국회의원이 서명해 법안을 냈다. 하지만 재작년 한 차례 공청회만 열고는 지금껏 심의를 미루고 있다. 다음 국회로 또 미루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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