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0.10 18:31
수정 : 2007.10.10 18:31
사설
경기도 판교 새도시에 들어서기로 예정돼 있는 납골시설이 정부의 어설픈 업무 처리와 지방자치단체의 주민 눈치보기로 대책 없이 미뤄지고 있다고 한다. 애초 사업을 하기로 했던 경기도는 터 매입비 부담 등을 이유로 사업을 취소하고, 성남시는 입주 예정자들의 반대 여론을 등에 업고 아예 납골시설 백지화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주민 반대를 우려해 새도시 계획 때부터 구상한 납골시설을 놓고 뒤늦게 논란을 벌이는 모습은 답답하다 못해 한심하기까지 하다. 건설교통부는 애초 1만6500여㎡의 땅을 경기도에 무상으로 제공하고, 도가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최신 설비를 갖춘 추모공원을 짓는다는 구상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법제처가 납골시설은 공공시설로 볼 수 없어 땅을 무상으로 제공할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문제가 꼬이기 시작했다. 애초 법 규정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건교부의 책임이 크다.
경기도와 성남시 또한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경기도는 한때 국내 최고급 납골시설을 짓겠다고 떠들다가, 민간 업자와 얽힌 뇌물수수 문제가 불거지자 갑자기 사업을 중단해 버렸다. 성남시도 500억원에 이르는 터 매입비 문제로 정부와 실랑이를 하다가 최근 들어서는 납골시설이 아예 필요없다고 주민들의 반대 여론을 부추기고 있다. 대규모 택지개발지구에는 의무적으로 납골시설을 설치하게 돼 있다. 이를 아는 성남시가 주민들을 설득하기는커녕 반대론을 부추기고 있으니, 지자체가 할 일이 아니다.
입주예정자 연합회의 납골당 철회 운동도 명분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판교 납골시설은 분양 이전부터 계획된 사안이다. 납골시설이 들어서는 줄 알고 아파트를 분양받은 뒤 나중에 철회 운동을 벌이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 정부, 지자체의 무책임과 입주 예정자들의 이기주의가 결합된 총체적 난맥상이라고 할 만하다.
납골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좋아할 주민은 없다. 그래서 새도시 개발 때 의무화했고, 미리 건립 계획을 알고 분양에 참여하도록 했다. 무슨 이유를 단다 해도 납골시설 백지화를 요구할 명분이 될 수 없다. 애초 예정대로 건립하는 게 마땅하다. 2009년 7월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 공사가 어려워질 수 있다. 분쟁의 불씨를 키우지 않으려면 정부와 지자체가 책임 있는 자세로 이 문제를 신속히 마무리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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