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0.10 18:32
수정 : 2007.10.10 18:32
사설
한반도에는 10만여종의 생물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확인된 것은 3만여종에 불과하다. 생물산업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신품종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현실을 생각하면 딱한 노릇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제 개관한 국립생물자원관은 많은 기대를 하게 한다.
의약품 가운데 70~80%는 생물에서 추출한 천연물질로 만들어진다. 버드나무에선 아스피린, 엉겅퀴에선 간장질환제, 은행나무에선 혈액순환제를 제조하는 천연물질을 추출한다. 미생물에서조차 활성물질이 추출된다. 길가에 널려 있는 생물 하나 하나엔 무언가 보물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이런 보물에 대한 우리의 관리는 너무나 허술했다. 알다시피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라일락 품종인 미스킴 라일락이나, 서구에서 크리스마스 트리로 가장 잘 팔리는 구상나무의 원산지는 우리 나라다. 서구인의 식탁에 단골로 오르는 오이 피클 역시 우리 토종인 백다다기 오이를 개량해 만든 것이다.
생물다양성협약이 자국 생물자원에 대한 주권(생물주권)을 인정하면서, 선진국의 품종 확보 노력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품종이 곧 돈이고 자원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마다가스카르섬에 생물연구소를 설립하고 전세계의 생물자원을 수집하고 연구하고 있으며, 영국 프랑스 독일 역시 국외에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의 생물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이들 나라는 이미 19세기부터 세계 각지에서 품종을 수집했다. 우리의 재래종 고추 ·배추·무 등도 반출해 가 그들의 소유로 등록했다. 생물자원 수입국인 우리는 해마다 품종 사용료로 수백억원을 치른다. 우리가 재배하는 딸기의 90%는 수입종이고, 장미나 국화의 경우 품종 사용료만 매년 100억여원에 이른다.
국립생물자원관 개관은 우리 자생종을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연구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2020년까지 모든 자생종을 파악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집·연구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 지금 지구상에서는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오염 그리고 남획으로 말미암아 해마다 수만종의 생물이 사라지고 있다. 특히 동물 쪽을 보면 포유류의 4분의 1, 조류의 8분의 1, 양서류의 3분의 1이 멸종위기라고 한다. 보호에 더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자면 생물을 자원이 아니라, 인간과 함께 사는 생명으로 보는 인식의 전환이 있어야겠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