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0.11 17:46
수정 : 2007.10.11 17:46
사설
국가인권위원회가 엊그제 특수고용 노동자에 대한 노동삼권 보장과 4대 사회보험 적용을 위한 법률의 제·개정을 국회의장과 노동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특수고용 노동자라면, 골프장 캐디, 학습지 교사, 보험 설계사, 레미콘 기사, 대리운전사, 방송작가 등을 말한다. 노동자 가운데 가장 취약한 계층이라고 할 수 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이들 중 국민연금·건강보험 등 4대 사회보험 가입자는 고작 7%에 불과하다. 퇴직금·유급휴가 등 근로기준법을 적용받는 사람은 4%밖에 안 되며, 노조에 가입한 사람도 1.2%밖에 안 된다. 특수고용 노동자 대다수가 노동인권의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인권위는 이번 권고에서“특수형태 근로 종사자들은 계약 형식, 근무 형태, 보수지급 방식 등에서 일반 노동자와 차이가 있지만 노무수행 과정에서 실질적인 종속관계가 존재해 사실상의 근로자성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특수고용 노동자의 개념 및 판단 기준은 물론, 휴일·휴가의 보장, 산업안전·보건, 모성보호, 균등처우, 근로감독관에 의한 감독에 관한 규정 등을 법에 명시하도록 권고했다. 인권위의 권고는 결국 특수고용 노동자도 근본적으로는 보통 노동자와 마찬가지이니, 노동삼권 보장 등 이들을 위한 보호내용이 법률에 명시돼야 하고, 국회와 노동부가 이를 위해 관련 법률의 제·개정에 나서라는 뜻이다.
인권위의 이런 권고는 시의적절할 뿐 아니라 그 내용 또한 올바르다. 현재 국회에는 네 가지 관련 법률안이 제출돼 있다. 하지만 단병호·조성래·우원식 의원이 제출한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 개정안은 구체적인 심의절차에도 들어가지 못한 채 계류 중이다. 올 6월 노동부가 의원입법 형식을 빌려 제출한 특수형태 근로종사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도 토론 절차를 놓고 실랑이를 벌이다 제대로 검토조차 안 됐다. 이번 국회에서도 관련 법률의 제·개정이 물 건너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까닭이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처지를 생각하면 이들을 위한 법적인 보호장치는 한시가 급하다. 국회와 노동부는 인권위의 권고를 수용해 관련 법률의 제·개정에 서둘러 나서야 한다. 1998년 재능교육 교사 시위에서 2007년 공동 총파업에 이르기까지 지난 10여년 동안 이어진 이들의 좌절과 분노가 더는 계속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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