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7.10.12 18:04 수정 : 2007.10.12 18:04

사설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신정아씨가 11일 밤 구속됐다. 법원은 두 사람이 최근까지 다른 사람 명의 전화로 몰래 통화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했거나 할 가능성이 높다고 구속 이유를 밝혔다. 새로 드러난 혐의도 중대해, 법원의 이런 판단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애초 신씨의 학력 위조에서 시작된 이번 사건은, 권력형 비리 아니냐는 의심 때문에 주목을 받았다. 앞으로 새로운 사실이 더 드러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수사결과로만 보면 이번 사건은 두 사람의 개인 비리에 가깝다. 여러 언론이 경쟁적으로 보도한 의혹 대부분은, 대검 중수부까지 동원한 검찰의 총력 수사에도 확인되지 않았다. 일부 의혹 보도는 곧바로 근거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니면 말고’식 의혹 제기가 또다시 되풀이된 셈이다. 이런 모습들이 언론에 대한 신뢰를 갉아먹는다.

사실 이번 사건에 대한 언론 보도는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선정적이고 반인권적이었다. 특히 <문화일보>가 신씨의 알몸 사진을 실은 것은 사생활의 비밀과 인격권을 결정적으로 침해한, 일종의 폭력이다. 다른 상당수 언론도 거리낌없이 사생활을 들춰냈다. 신씨가 학력을 위조해 부정하게 직위와 재산을 얻은 데 대해선 이에 상응한 처벌이 따라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언론이 ‘마녀사냥’식으로 개인의 인격권을 유린할 권리는 없다. 국민의 알 권리는 이 지점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이는 관음증을 자극하는 반지성적 행태일 뿐이다.

검찰도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검찰은 이번에도 사건의 본질과는 큰 관계가 없는 별도의 사건으로 일단 구속하고 보자는, ‘별건 구속’의 악습을 되풀이하려 했다. 검찰이 선정적 보도 경쟁을 은근히 부추겼다는 비판도 있다. 신씨의 구속영장이 한 차례 기각된 뒤에는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있냐’는 태도로 온갖 혐의를 다 들춰내려 했다. 철저한 수사는 당연하지만, 이런 모습으로 비치면 국민에게 두려움을 줄지언정 신뢰는 얻지 못한다.

이번 사건은 이런 점들 말고도 우리 사회의 온갖 치부를 내보이는 계기가 됐다. 학력만능인 우리 사회에서 정작 검증 체계는 부실하다는 점이 드러났다. 불교계의 어지러운 갈등 구조와 미술계의 복잡한 단면, 그리고 유착의 비리 사슬이 이득을 놓고 어떻게 작동하는지도 일부 확인됐다. 모두 고쳐야 할, 부끄러운 모습들이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