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0.12 19:02
수정 : 2007.10.13 00:07
사설
고어의 평화상, 온난화 해결의 전기로
다큐멘터리 영화 <불편한 진실>을 통해 지구 온난화의 위험성을 경고한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과 유엔 정부간 기후변화협의체(IPCC)가 노벨 평화상을 함께 받았다. 노르웨이 노벨상위원회는 “지구 온난화는 대규모 이주와 지구 자원에 대한 극심한 경쟁을 유도해 갈등과 전쟁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는 심각한 위험”이라고 지적하고, 고어와 기후변화협의체가 이런 위험을 경고하고 행동을 촉구했기에 평화상을 준다고 밝혔다.
미국의 교토의정서 가입을 추동하는 등 일찍부터 환경문제에 관심을 보여온 고어 전 부통령은 2000년 대선 패배 뒤 본격적인 환경운동가로 변신했다. 세계를 돌면서 1000여회 이상 지구 온난화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강연활동을 벌였고, 그의 활동을 교육용 다큐멘터리로 만든 것이 <불편한 진실>이다. 이 다큐멘터리에 직접 강사로 등장한 고어는 인류의 소비 행태가 부추긴 이산화탄소의 증가로 빙하가 녹아내리고 해수면의 온도가 상승해 초강력 허리케인 등 자연재해가 급증한다고 설명한 뒤, 이를 방치할 경우 생존의 터전과 목숨까지도 잃게 될 것이라며 즉각적인 행동을 촉구했다.
기후변화를 다루는 과학자들의 단체인 기후변화협의체 역시 올 4월 온난화의 위험을 경고하는 기후변화 보고서를 냈다. 세계 130여 나라의 과학자 2500여명이 2만9000건 이상의 지구변화 관련 자료를 6년에 걸쳐 분석해 내놓은 이 보고서는 온난화가 지금 속도로 지속되면 100년 안에 인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생물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충격적 내용을 담고 있다.
고어와 기후변화협의체의 경고 내용이 과장됐다는 논란도 있었지만, 기후변화의 위험에 대한 인식과 이해를 높인 것은 분명하다. 유럽연합 여러 나라들이 다투어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높여잡고 교토의정서를 대체하기 위한 국제적 논의도 재개됐다. 온난화 문제는 우리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역시 온난화의 영향으로 아열대성 기후로 바뀌고 그에 따른 기상이변과 자연재해도 나날이 늘고 있다. 우리도 무분별한 개발과 화석 에너지에 의존하는 경제구조를 바꾸고 지속 가능한 발전모델을 찾는 데 노력해야 한다. 고어와 기후변화협의체의 노벨상 수상이 온세계가 이 문제 해결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고어의 말처럼 이 문제는 정치 문제가 아니라 윤리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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