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0.14 18:42
수정 : 2007.10.14 18:42
사설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된 한국인 선원들이 억류된 지 150일이 넘었다. 피랍된 이들은 한석호 선장과 선원 셋 등 모두 네 사람이다. 이들은 인도네시아 등 마부노 1·2호 선원 스물넷과 함께 소말리아의 한 어촌 앞바다에 억류돼 있다. 비참하고도 절박한 처지다. 피랍된 한 선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전화통화에서 “해적들이 환각성분이 있는 나뭇잎을 씹고 나면 수시로 선원들을 때려 일부 선원은 이가 흔들리는 상태”라며 “오늘도 육지로 끌고가 ‘돈을 내놓으라’며 쇠파이프로 때려 온몸에 피멍이 들었다”고 말했다. 총으로 위협할 때 차라리 죽이라고 소리쳤다고 하니 오죽 했으면 그랬을까.
소말리아 해적들이 석방조건으로 요구하는 건 오직 선원들의 몸값(미화 70만달러)뿐이다. 선원 가족들이 감당할 수 없는 큰돈이다. 해적들과 직접 협상을 벌이는 선주 사정도 다를 바 없다고 한다. 이에 외교통상부는 “공식적으로 금전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태도다. “비슷한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선례를 남겨선 안 된다”고도 했다고 한다. 소말리아 선원 피랍 사태의 장기화 원인은 안타깝게도 몸값을 낼 수 있는 이가 없다는 데 있다.
보다 못해 전국해상산업노동조합연맹과 소말리아 피랍선원을 위한 시민모임 등이 선원 구출을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기로 했으며, 이 일환으로 오늘 국회를 찾아 대책을 촉구하기로 했다. 피랍선원 구출을 위한 국민 모금운동도 벌이겠다고 한다.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시민들 스스로 이들을 찾아오겠다는 의지의 발로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보인 정부의 태도는 실망스럽다. 물론 해적들을 상대로 교섭을 벌이는 게 쉽지 않은 줄은 안다. 하지만 대통령 특사까지 파견한 아프가니스탄 인질 사태와 견주면 너무나 대조적이다. 협상 초기에 가족들에게 협상에 지장을 줄 수 있다며 언론과 접촉을 피하라고 해놓곤 이젠 돈문제이니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이번 사태 해결의 열쇠도 아프카니스탄 인질사태와 마찬가지로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에 달렸다고 본다. 또, 피랍선박 국적국인 탄자니아 정부를 통하는 등의 방법으로 일단 몸값을 치르고 나중에 선주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피랍된 사람에도 1등 국민, 2등 국민이 따로 있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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