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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0.15 18:12 수정 : 2007.10.15 18:12

사설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에게는 영화를 보는 일조차 쉽지가 않다. 다른 이의 도움 없이 홀로 휠체어를 타고 드나들 수 있는 극장이 우선 많지 않다. 어렵게 안에 들어가도 전용석이 없어 한쪽 통로에서 봐야 하기 일쑤다. 지체장애인이 100만 명에 가깝지만, 극장 사업자들이 이들을 손님으로 여기지 않는 탓이다.

한 장애인이 6개월 동안 싸움을 벌여 최근 서울 미아 시지브이(CGV) 극장의 사과를 받아냈다고 한다. 이 극장은 상영관이 세 층에 걸쳐 있음에도 가운데 층에는 아예 엘리베이터를 세우지 않았다. 이 장애인은 평소 쓰지 않는 비상문을 통해 겨우 안에 갈 수 있었다고 한다. 상영관 안의 장애인석도 맨 앞자리 오른쪽에 덜렁 하나뿐이어서 그는 친구들과 떨어져 영화를 봐야 했다. 극장 쪽에 항의했지만 답변이 없자 이 장애인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낸 끝에, “앞으로 장애인이 차별 없이 영화를 볼 수 있게 인적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극장 쪽 약속을 받았다. 장애인 무료 영화관람 행사를 여는 등 장애인을 배려한다는 극장이 이렇다.

극장 사업자들은 애초 장애인을 배려한 건물 설계를 하자면 비용이 많이 든다고 항변할 것이다. 이미 지어놓은 시설을 고치려면 더 많은 돈이 들 것이다. 비용 부담을 꺼리는 사업자들이 자발적으로 시설 개선에 나서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미아 시지브이도 “시설 개선에 노력하겠다”고만 약속했을 뿐이다. 이런 차별 해소 비용은 사회 전체가 나눠지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나라가 나서서 일일이 지원하기는 어려운 노릇이다. 합리적인 해법은 사업자가 먼저 자기 비용으로 시설을 고치게 의무화하되 이용 손님들에게 아주 조금씩 부담을 나눠 지우면서 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 방안을 열어주는 것이다. 시설 이용이 쉬워지면 공연을 보는 장애인도 늘어날 것이므로 사업자 쪽에도 계속 부담으로만 남지는 않는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장애인이 휠체어를 탄 채 영화를 볼 수 있게 극장 안 좋은 자리에 전용공간을 두고, 청각 장애인을 위해서는 전용 스피커까지 마련해 둔다고 한다. 장애인 차별을 금지하는 법에 따라서다. 인권 선진국에서는 이런 법이 보편적이다. 우리나라도 영화·연극 같은 대중적인 공연 서비스 공급자에게는 시설이 장애인의 이동에 불편이 없게 하고, 전용석도 일정 비율 두게 하는 법을 만들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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