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0.15 18:13
수정 : 2007.10.15 18:13
사설
지난해 3월 미국의 빌 게이츠 재단은 고교생 자퇴 문제를 다룬 보고서를 냈다. 공립고교생의 3분의 1이 중도에 학교를 떠난다는 내용이었다. 아시아계와 중남미계가 많이 사는 로스앤젤레스 인근의 한 고교에서는 입학생의 45%만이 졸업했다고 발표했다. 이 보고서의 제목은 ‘소리 없는 전염’이었다. 이어 시사주간지 <타임>은 중산층 지역 한 고교를 조사한 결과 31.3%가 졸업을 포기했다고 보도했다. 연방정부가 2002년 발표한 공립 고교생 자퇴율은 10.5%였다. 이 특집기사의 제목은 ‘자퇴 공화국’이었다.
고교 졸업생 열에 아홉이 대학에 진학하는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라고 안심할 수는 없다. 초·중·고교의 학업 이탈 학생이 급격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민병두 의원이 조사·분석한 결과, 지난해의 경우 2005년보다 1만3천여 명이 증가한 7만여 명이었다고 한다. 복학생을 제외한 완전 이탈자는 2005년엔 1만6천여 명에서 지난해 4만6천여 명으로 세 배 가까이로 늘었다. 전체 학생에 비하면 이탈자는 1%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증가세는 놀랍기만 하다. 학업 이탈의 원인으로는 학교생활 부적응과 가정 문제가 80% 정도를 차지한다. 학교가 흔들리는 학생을 붙잡아주기는커녕 등을 떠미는 형국이다.
더 큰 문제는 학업을 완전히 포기한 아이들을 거둘 대책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이 아이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실태조차 파악하지 않고 있다. 신분이 모호하다 보니, 교육부·보건복지부·청소년위원회 등 유관 부처들이 서로 책임을 미루는 탓이다. 이렇게 책임을 전가하는 사이 우리 사회가 감당해야 할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진다. 학교는 아이들이 건전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잡는 데 필요한 사회규범이나 가치 등을 학습하는 곳이다. 학습 기회를 상실했거나 포기한 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할 것인지는 쉽게 상상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교도소 수감자의 67%가 고교 중퇴자라고 하며, 16~24살까지의 고교 중퇴자 가운데 50%가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손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라고 입발린 소리나 하면서, 모든 문제를 가정이나 아이들 개인에게 맡기려고 하는 게 정부의 태도였다. 이제 실태조사라도 한번 제대로 해 보길 당부한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