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0.16 18:12
수정 : 2007.10.16 18:12
사설
어제 이인제 의원이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 지명된 것을 끝으로 주요 정당의 대선 후보들이 모두 결정됐다. 대통령 선거 투표일까지 남은 두 달 남짓 건강한 경쟁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선거가 지도자를 뽑는 과정인 동시에 우리 사회의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는 마당이 되기도 하는 만큼, 국가적 비전과 주요 정책에 대한 토론도 활발하게 벌여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까지 드러난 이번 대선의 모습은 결코 만족스럽지 않다. 정책 방향을 내세운 공방 대신 일방적인 구호와 상대를 헐뜯는 언사만 오가고 있다. ‘노무현 정권 심판론’과 ‘경제 대통령론’이 한나라당을 비롯한 많은 이들의 주장이지만, 과거에 대한 전면적 부정이 미래를 향한 비전일 수 없고, 내용이 채워지지 않은 경제 우선론은 공허한 일반론에 그칠 뿐이다. 대선의 중심 의제로 삼기엔 모자란다.
지금부터라도 후보들은 구호가 아닌, 구체적인 정책 내용을 내놓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우선 자신들이 내세운 공약을 여러 분야가 복잡하게 얽힐 수밖에 없는 구체적인 정책현실에서 어떻게 정교하게 현실화할 것인지를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 예상되는 효과나 부작용에 대한 안팎의 문제 제기와 비판에도 성실하게 답해야 한다. 이미 발표한 공약도 공개된 토론을 통해 한층 정교하게 가다듬을 수 있고, 문제가 많다면 포기할 수 있다는 열린 자세를 보여야 한다. 노무현 정부에서 무엇을 계승하고 무엇을 버릴 것인지도 밝혀야 한다. 이는 각 당의 정체성을 분명히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구호나 구상에 그칠 게 아니라, 이견을 조정하고 힘을 모아 이를 현실화할 수 있는 실행력을 내보여야 할 것은 물론이다. 자신의 구상을 관철할 수 있는 힘과 진정성 없이는 현실적인 대안세력으로 인정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각 후보가 지향하는 국가적 비전이 드러나면, 국민의 선택도 단순한 호불호를 넘어 한층 분명해질 수 있을 것이다.
이른바 범여권 후보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그것도 이런 국민 선택의 결과여야 한다. 정치세력의 연대는 서로 함께할 수 있는 공통의 가치가 있고, 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는 합의가 이뤄질 때만 지지층과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 이해관계를 앞세운 정치인들의 이합집산이 아니라, 정책과 비전의 연대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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