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0.16 18:13
수정 : 2007.10.16 18:13
사설
안양교도소의 한 교도관이 수용자를 폭행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국가인권위원회가 최근 공개했다. 폭행한 교도관을 징계하라는 권고를 교도소 쪽이 받아들이지 않자, “국민의 판단을 받아보자”며 공개한 것이다. 동영상에는 교도관이 수용자의 얼굴을 때리고, 목덜미를 잡아끄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폭행은 없었고, 교도관이 ‘인마!’ 등 순화되지 않은 언어를 사용한 것을 수용자가 과장했다”던 교도소 쪽 해명과는 크게 다르다.
안양교도소는 “우리 쪽 동의 없이 자료를 공개했다”며, 뒤늦게 반발하고 있다. 권고 수용 거부에 대응할 다른 방도가 없어 선택한 것이라고는 하나, 인권위의 ‘여론재판’식 동영상 자료 공개가 최선의 조처였는지는 의문이 든다. 하지만 억지 해명을 해 가며 제사람 감싸기에 급급했던 안양교도소가 따질 일은 아니다. 인권위의 자료 공개는 법에 근거를 둔 것이고, 화질이 나빠 동영상에 나오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으니 명예훼손이라는 지적도 온당하지 않다. 동영상이 공개된 뒤에도 폭행 사실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 안양교도소의 태도는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구금시설은 인권 침해가 일어나기 쉬운 곳이다. 실제로 인권위 출범 뒤 지난달까지 인권위에 2만7천여건의 권리침해 진정이 있었는데, 이 가운데 42%가 구금시설 관련 진정임을 보면 여전히 인권 취약지대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인권위가 구금시설에 한 120건의 각종 권고 가운데 해당기관이 전혀 받아들이지 않은 비율은 11%나 된다. 인권위 권리침해 구제 권고 전체의 불수용 비율 3%의 네 배에 가깝다. 인권위가 구금시설과 관련한 진정 사건에 대해서만 유독 지나친 권고를 한 것은 아닐 터이다. 구금시설 관리자들의 인권 의식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방증일 것이다.
외국에서는 구금시설에 이중 삼중의 제삼자 통제장치를 두고 있다. 우리나라는 겨우 인권위만이 진정사건 조사를 하고, 해당 기관에 적절한 조처를 권고할 수 있게 돼 있는 수준이다. 그런 인권위의 권고조차 합당한 이유 없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인권 개선의 길은 멀다. 안양교도소 쪽은 교도 행정의 편의를 위해서는 수용자의 인권을 어느 정도는 침해해도 괜찮다는 생각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것 아닌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지금이라도 인권위 권고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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