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0.17 18:07
수정 : 2007.10.17 18:07
사설
경기도 군포에서 처음 시행된 이른바 ‘반값’ 아파트가 대량 미달 사태를 빚었다. 한나라당이 발의한 토지임대부 아파트와 열린우리당이 발의한 환매조건부 아파트 어느 한쪽도 실수요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반값 아파트는 애초부터 어려움을 안고 있었다. 입주 때 초기 비용만 적을 뿐 실제로는 제값을 거의 다 내는 아파트기 때문이다. 환매조건부 아파트는 20년 전매 제한을 조건으로 주변 분양주택 시세의 90%에 가격이 매겨졌다. 토지임대부는 10년 전매 제한에 시세의 55% 가격이지만 토지 임대료를 따로 낸다. 임대료를 땅값으로 환산해 보면 이것 역시 그다지 싼 가격이 아니다. 여러 가지 제약 요건은 많은 데 비해 가격의 이점이 별로 없는 셈이다.
또한 이러한 시도가 성공하려면 장기적으로 집값이 안정돼야 한다. 주변 집값이 계속 크게 오른다면, 주택 가격 상승의 이득을 챙길 수 없는 이런 아파트에 누구도 선뜻 입주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부동산 불패 신화가 깨지지 않는 한 쉽게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고 토지임대부나 환매조건부 주택 공급이 쓸모없는 시도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기존의 임대주택과 비교할 때 제한적이나마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실수요자에게는 유용한 내집 마련 수단이 될 수 있다. 임대주택의 대안으로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만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한다면 주거 여건이 좋아야 한다. 가격이 그렇게 싼 것도 아니고, 집값이 오를 때 재산을 불릴 수 있는 기회도 포기해야 한다면 최소한 주거 여건이라도 쾌적해야 한다. 그래야 실수요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 아울러 장기적으로 토지임대부나 환매조건부라는 방식이 성공하려면 택지를 현저하게 싼값에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주택 가격과 토지 임대료 부담이 적어져 명실상부한 반값 아파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미분양을 놓고 성급하게 부동산 정책 실패론이나 누가 잘못했다는 식의 책임론으로 갈 것은 없다. 어차피 정부를 비롯해 많은 부동산 전문가들이 예견했던 일이다.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송파 새도시 등 주거 여건이 좋은 지역에서 시범사업을 통해 현실적 가능성을 제대로 점검해 보는 것이 먼저다. 일반 분양주택이 아니라고 후미진 곳에 밀어넣는 식으로는 토지임대부나 환매조건부는 물론이고 어떤 임대주택 정책도 성공할 수 없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