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0.18 18:17
수정 : 2007.10.18 18:17
사설
이라크에 파병된 자이툰부대의 철수 여부와 관련해 지난 몇 해 동안 비슷한 양상이 되풀이돼 왔다. 정부는 모호한 태도를 취하다가 10~11월에 파병 연장을 결정하고, 국회는 회기가 끝날 때쯤 전격적으로 파병 연장 동의안을 처리해 버리는 것이다. 국민을 우습게 아는 이런 행태가 올해도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애초 지난 6월까지 자이툰부대 임무종결 계획서를 국회에 내도록 돼 있었다. 여당 의원들도 지난해 말 파병 연장 동의안을 처리하면서 정부가 올해 철군을 약속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부는 계획서 제출을 9월로 연기했다가 다시 이달 중순으로 미뤘다. 김장수 국방부 장관은 그제 계획서를 오늘까지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제출 시기와 관계 없이 임무종결이 아니라 파병연장 계획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 역시 “한반도 현안을 풀어가는 데서 한-미 공조의 중요성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바람을 잡았다.
자이툰부대를 철수시켜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새삼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미국의 침략전쟁에 동참하는 것이 헌법(제5조 1항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에 위배되는 것은 물론이고, 정부가 밝힌 파병 목적도 전혀 충족되지 못하고 있다. 자이툰부대 병력은 현지 치안을 지원하는 게 아니라 거꾸로 현지 병력의 보호 아래 대부분 영내에 머물고 있다. 이라크 재건 지원 비용도 전체 주둔비 가운데 10분의 1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들어간 주둔비 수천억원을 처음부터 정부 개발원조로 썼다면 이미 큰 성과가 났을 터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이라크 침공을 주도한 미국과 영국을 제외하고 현지에 가장 많은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다. 침공을 지지한 일본과 오스트레일리아는 사실상 이라크에서 발을 뺀 상태이고, 영국군 역시 단계적으로 철수하는 중이다. 다른 중동지역의 정세도 좋지 않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시리아 사이의 갈등이 더 높아지면 자이툰부대는 꼼짝없이 인질이 되고 만다. 한국군에 대한 중동인들의 부정적 여론은 이미 지난 여름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인질사건에서 잘 드러났다.
파병 연장은 명분도 실리도 없다. 파병 연장을 한-미 공조와 연결시키는 것은 한-미 동맹을 ‘반문명적 연대’의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것이다. 정부는 파병 연장을 꾀할 게 아니라 당장 철군 계획을 발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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