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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0.19 18:14 수정 : 2007.10.19 18:14

사설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를 막고자 채택한 ‘금산분리 원칙’의 철폐를 본격적으로 거론하고 나섰다. 적격성 심사를 엄격하게 한다면 굳이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진출을 원천 봉쇄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금산분리를 완화하는 게 국제기준(글로벌 스탠더드)이란 얘기까지 했다.

대단히 무책임하고 위험한 발상이다. 금산분리 철폐는 국제기준이 아니며, 또 바람직하지도 않다. 미국·영국 등 주요 선진국들이 금산분리를 확고히 지키고 있고, 세계 100대 은행 중 산업자본이 4% 이상 지분을 가진 곳은 네 곳에 불과하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글로벌 스탠더드를 말하는지 의문이다.

금융자본은 산업자본을 지원하면서 동시에 견제하는 구실을 한다. 그래야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고 국가 차원에서 효율적인 자원 배분이 가능하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기업은 자선단체가 아니다. 아무 이득이 없다면 재벌기업이 뭐하러 은행을 인수하려 하겠는가. 자산 운용과 대출에서 대주주의 뜻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국가경제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일이다.

한가지 분명히해 둘 게 있다. 론스타 같은 ‘먹튀’ 자본이 외환은행을 인수한 것은 현행 금산분리 제도가 잘못돼서가 아니다. 정부가 적격성 심사에서 론스타의 예외를 인정하는 특혜를 줬기 때문이다. 금산분리가 국내 자본을 역차별해 외국 자본만 배불린다는 논리로 사태의 본질을 왜곡시키지 말아야 한다.

국내 재벌기업들은 은행 소유가 금지된 상황에서도 보험·증권·카드 등 금융회사들을 자신의 몸집을 불리고 경영권을 편법 상속하는 수단으로 이용해 왔다. 삼성은 보험사를 이용해 그룹의 덩치를 키우고 회사의 지배권을 편법으로 상속해 왔다. 대우는 증권사를 그룹의 사금고처럼 이용하면서 무리하게 외형을 키우다가 무너졌다. 이번에는 경영권 승계를 고민하는 현대차가 증권사를 설립하겠다고 나섰다. 현대차가 사업과 아무 관련이 없는 증권사를 왜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지금은 금산분리를 완화하거나 철폐해야 할 때가 아니라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은행뿐 아니라 보험·증권·카드에 대해서도 재벌의 지배를 막아 문어발식의 과도한 경제력 집중을 억제해야 한다. 그것이 오히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과 금융회사를 키워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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