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0.21 18:17
수정 : 2007.10.21 18:17
사설
슈퍼박테리아로 죽은 사람이 에이즈 사망자보다 더 많다는 미국내의 조사결과는 충격적이다. 슈퍼박테리아는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세균을 말한다. 따라서 그 원인은 항생제 과용 때문일 것이다. 이번 조사는 메티실린(항생제) 내성 황색포도상구균에 심각하게 감염된 환자만을 대상으로 했지만, 피해는 기존의 예측을 훨씬 넘어선다. 주로 병원 감염이 문제였지만, 학교와 같은 지역공동체에서 감염되는 일도 크게 늘어났다.
문제는 우리다. 미국보다 더 위험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근 발간된 유명 국제학술지에는, 세계 32개국에 대한 공동조사 결과 우리나라는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과 밴코마이신 내성 장구균 검출률에서 전체 1위 수준이었다는 논문이 실렸다. 이 학술지에 발표된 서울대 의대 감염내과의 연구결과는, 병원 환자에게서 검출한 황색포도상구균의 60%가 항생제 내성을 갖고 있으며, 6%는 병원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피부·귀 등에 감염됐다고 밝혔다. 조사한 내성 세균의 64%는 여러 항생제에 대해서도 내성을 갖고 있었다. 성균관대 연구팀도 다른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아시네토박터 세균을 매우 높은 빈도로 발견했다고 한다.
이런 연구결과는 결국 우리 국민이 치명적인 감염사고를 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 밴코마이신이나 콜리스틴 같은 특정 항생제에 대한 내성 세균의 검출률이 높았다는 것은 심각한 감염성 질환에 속수무책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병원 감염의 관리지표로 널리 사용되는 밴코마이신 내성 장구균의 검출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았던 것은 우리 병원이 환자의 안전을 도외시한 결과였다. 비록 지역 감염은 6%였지만, 일상생활에서 감염 위험이 커지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결국 우리 국민은 본의 아니게 항생제에 과다 노출돼 내성 병원균을 보유하게 되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키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관리는 부실하기 짝이 없다.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국정감사를 통해 심각한 수준의 병원 감염에 대한 관리체계의 부실을 지적했다. 국회는 보건복지부나 질병관리본부가 이후 국회의 지적을 어떻게 이행했는지, 그래서 병원 감염사고가 어떻게 되었는지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철저히 점검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점검 및 예방 대책이 식품 등 항생제 내성 세균의 모든 감염로로 확대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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