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0.22 18:38
수정 : 2007.10.22 18:38
사설
대형 마트와 거래하는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부당한 거래를 강요당하면서도 거래 중단 등 보복이 두려워 이를 그냥 감수하고 있다고 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조사한 대형 마트의 횡포 내용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다. 납품업체들은 평균 25%의 수수료를 내는데다 각종 장려금과 파견사원 비용 부담, 수시로 이뤄지는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와 재고 떠넘기기 등으로 심하면 매출의 50%에 이르는 금액을 대형 마트에 상납하고 있다. 계약을 중간에 일방적으로 변경하거나 물건이 다 팔리고 난 뒤 결제하면서 대금을 후려치는 일은 보통이고, 아예 서면계약서도 없이 납품을 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사실 대형 마트가 불법과 탈법을 일삼는 ‘유통권력화’한 지는 오래다. 중소기업들만이 아니라 유명 식품회사들 역시 대형 마트의 부당한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더 중요한 것은 납품업체들이 대형 마트의 횡포에 저항할 수 있는 수단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납품이 끊기는 순간 중소 제조업체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나서도 마찬가지다. 조사할 때마다 납품업체들은 보복이 두려워 침묵하고, 당국은 증거를 잡지 못하니 겉핥기 단속에 그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이마트가 자체 브랜드(PL) 상품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나섰다. 일반 상품보다 20~40% 싼 제품 3천여종을 독자적으로 개발해 내놓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형 마트들이 제품을 직접 만들 수는 없다. 결과적으로 중소기업 쪽에 가격 인하 부담을 떠넘길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에게 값싼 상품을 공급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대형 마트만 폭리를 취하는 건 아닌지 의문이다.
대형 마트의 횡포는 한계에 이르렀다. 이 상태로 가면 국내 중소 제조업체들은 발붙일 자리가 없다. 잘못하면 산업기반 자체가 무너져 중국이나 동남아 상품에 내수시장을 모두 내줄 수도 있다. 최소한 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불공정 거래로 걸리면 과징금 몇 푼 매기고 말 것이 아니라 회사가 휘청일 정도로 강력히 제재해야 한다. 더불어 대형 마트 입점 제한이나 중소기업들이 주장하는 불공정 거래 단속을 위한 특별법 등도 진지하게 검토해 볼 때가 됐다. 그것이 장기적으로 중소기업을 살리고 나라 경제를 지키는 일이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