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0.22 18:39
수정 : 2007.10.22 18:39
사설
민주노총 소속 화물연대 노동조합원들이 지난주말 고속도로 휴게소 관리사무소에 난입해 폭력을 휘둘러,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위야 어떻든 유감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화물연대 노조원 20여명은 경부고속도로 망향휴게소 관리사무소에 뛰어들어 소장을 포함해 직원 5명을 때려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사태의 중대성은 폭력행위 그 자체에도 있지만, 그 폭력 수위가 선을 넘은 과도한 것이라는 점에도 있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폐쇄회로 화면에는 한 노조원이 곡괭이를 휘두르며 복사기 등 집기를 부수는 장면이 생생히 잡혀 있어 충격을 줬다.
경위를 살펴보면 이번 사태는 우발적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서울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한 뒤 버스를 타고 돌아가다 파업 중인 망향휴게소 노조원들을 지원하고자 휴게소를 찾았다고 한다. 휴게소 경비원들이 이들의 움직임을 찍자 서로 막말이 오갔고 마침내 폭력사태로 번졌다. 망향휴게소는 지난 4월 이래 노사가 구조조정과 성폭행 사건 등을 놓고 격렬하게 대립해 온 장기파업 사업장이다. 사태가 이렇게까지 번진 데는 전근대적인 노사관을 지닌 회사 쪽의 자극적인 행동과 망향휴게소의 노사분규 과정에서 쌓인 감정 등이 겹친 탓도 있다.
그러나 우발적이었다거나 상대의 자극 때문이었다고 해서 화물연대 노조원들이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불가피하고 방어적인 폭행도 그 도가 지나치면 책임을 묻는 것이 법 정신이다. 이런 면에서 화물연대 노조원들의 이번 폭력사태는 그 원인과 배경을 떠나서 잘못된 것이다. 노동운동을 비타협적이고 폭력적이라고 보는 사회의 편견을 잘 알고 있었을 화물연대 노조 집행부도 폭력사태까지 가지 않도록 노조원들을 적절히 지휘하고 통제해야 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경찰의 대응도 짚지 않을 수 없다. 노사가 격렬히 대립해 온 사업장인데다 200여명의 노조원들이 일시에 들르는 만큼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어떤 조처가 필요했다는 판단이다. 경찰이 배치됐다면 그 지경까지 이르렀을까 싶다. 대부분의 경찰은 사건이 일어난 뒤 신고를 받고서야 출동했다.
이 모든 걸 떠나 화물연대와 노조원들은 다시금 분명히 직시할 필요가 있다. 폭력은 연대의 정신과도 멀며, 결코 문제 해결의 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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