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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0.23 17:55 수정 : 2007.10.23 17:55

사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총정원을 두고 요즘 교육부가 보이는 행태는 참으로 비교육적이다. 정부가 총정원을 정하는 게 과연 온당한지 아닌지 논의는 뒤로 미루자.(참고로 졸업생의 취업률을 고려해 총정원이 정해지는 대학이나 학과는 없다) 총정원을 정하기에 앞서 의견을 수렴했다는 아홉 단체 중 교육부가 택한 것은 변호사 단체의 제안(700~1200명)이었다. 교육부라면 당연히 귀담아 들어야 할 학계(3000~4000명)는 물론 보수적인 국회(2000~2500명) 의견마저 무시했다.

막강한 법조 3륜(판사·검사·변호사)에 휘둘린 결과라고 털어놓는다면 최소한의 동정은 받겠다. 그런데 아예 이들의 ‘입속 혀’ 구실을 하는 꼴이다. 대한민국 최고 수준의 소득을 보장받는 변호사 집단의 밥벌이까지 왜 교육부가 걱정해야 하는가. 김신일 교육부총리는 ‘로스쿨의 낭인’을 거론하며 총정원 증원에 반대했다. 졸업생이 치르는 변호사 시험에서 일정한 합격률(80% 정도)을 보장해야 하는데, 정원을 늘리면 합격률을 떨어뜨려야 하고, 그러면 재수·삼수를 하는 로스쿨 낭인이 는다는 것이었다. 말은 그럴듯하다. 그러나 합격자를 늘리면 되는 문제다. 수를 제한해 특권적 소득을 유지하게 하려다 보니 낭인 따위의 말이 나오는 것이다.

로스쿨의 원조라는 미국에선 총정원도 정하지 않고, 학교별 정원 역시 국가가 통제하지 않는다. 법률 서비스 시장의 수급에 따라 총원이 늘기도 하고 줄기도 하며, 학과가 폐지되기도 하고 새로 생기기도 한다. 다른 자격증 소지자처럼 변호사 수는 시장이 정할 일이지 정부가 규제할 사항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는 합격·불합격을 가리는 점수만 결정한다. 기대이익이 우리처럼 크지 않으니, 미국에 로스쿨 낭인이란 없다. 정부가 통제하겠다는 한국에서나 우려되는 현상이다.

백번 양보해 교육부 계획대로 2021년까지 변호사 1인당 인구 수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에 맞추기 위해선 나름대로 통제가 필요하다고 하자. 그러면 근거라도 정확해야 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가장 중요한 ‘1인당 인구 수’의 기준인 ‘변호사’를 ‘법조인’으로 바꿔, 1인당 인구 수를 2천 여명이나 줄였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그동안 기득권층에 맞서 어렵게 지켜온 ‘3불’ 등 교육정책의 뼈대까지 불신하게 만들까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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