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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0.23 17:57 수정 : 2007.10.23 17:57

사설

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자이툰 부대의 이라크 파병 기간을 다시 1년 연장하는 내용의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올해 철군하기로 했던 지난해 약속을 정면으로 어긴 것이다. 불과 두 달밖에 지나지 않은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인질 사태의 교훈까지 깡그리 무시했다.

노 대통령의 담화는 궤변으로 가득 차 있다. 무엇보다 파병 연장이 6자 회담과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 등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그렇다. 이라크 침공을 주도한 미국내 강경파는 지금도 6자 회담 진전과 북-미 협상을 막으려고 애쓰고 있다. 우리에게 이라크 파병을 강력하게 요구해 온 세력일수록 6자 회담과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에 소극적인 것이다. 최근 6자 회담이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미국 정부 안팎에서 이들의 세력이 약해졌기 때문이지 파병과는 무관하다.

미국의 불법적인 이라크 침공은 지난 몇 해 동안 이라크뿐만 아니라 중동 전체의 정세를 악화시켜 왔다. 미국의 눈치를 보며 현지에 병력을 보낸 나라들이 모두 손을 떼고 있는 이유는 파병이 자신의 국익은 물론이고 중동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조기 철군이 최선의 대안임을 이제 절대 다수의 미국인도 잘 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취해야 할 올바른 태도는 동맹국인 미국이 이라크 정책을 바꾸도록 이끄는 일이다. 최근 영국의 철군 발표가 그런 구실을 하고 있다. 자이툰 부대가 “중동 지역의 정세 안정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노 대통령의 주장은 현지 정세에 대한 무지의 소치가 아니라면 의도적으로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파병 연장이 한국 기업의 이라크 재건 사업 참여에 이바지할 것이라는 논리는 새삼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 애초 그런 목적으로 파병하지도 않았거니와 지금까지 실적이나 내년 이후 전망을 볼 때 파병 연장 결정을 합리화하려는 억지 주장에 지나지 않는다. 침략전쟁에 참여한 대가를 찾겠다는 시도 자체가 어설픈 소제국주의적 행태이기도 하다. ‘파병하지 않은 나라가 과실을 따먹을 수 있다’는 정부의 주장은 오히려 파병과 민간 기업 진출이 별 관련이 없음을 보여준다.

이라크 파병은 애초부터 명분도 실리도 없는 것이었다. 이제 와서 ‘건질 건 건져야 한다’는 식으로 억지를 부리려 해서는 더 큰 잘못을 저지르게 된다. 정부는 파병 연장 결정을 철회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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