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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0.25 18:03 수정 : 2007.10.25 18:03

사설

2002년 대통령 선거 때 이후 처음으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엊그제 거리집회에 모습을 드러내 대중연설을 했다. 보수단체들이 주최한 ‘대한민국 사수 국민대회’라는 집회에서였지만, 지지자들의 ‘이회창’ 연호 소리는 5년 전 대통령 선거 유세를 연상케 했다. 이씨는 이번에도 재출마 문제에서 모호성을 유지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을 포함한 기존 정치권에 대한 비판은 한층 강화했다. 분열을 우려하는 한나라당은 실망스러웠을 터이고,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여권으로선 기대되는 행사였을 것이다.

그러나 주목되는 건 이런 여야의 희비가 아니라, 정치 지도자의 한 사람인 이씨의 부적절한 언행이다. 그는 이날, 현재의 정치구도를 ‘친김정일 세력’과 이에 맞서는 ‘대한민국 수호세력’으로 일도양단했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는 어중간한 지대에서 친김정일 세력의 눈치나 보는 기회주의자라고 매도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기 위해, ‘수구 꼴통으로 몰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고 호소했다. 냉전적 흑백논리에 바탕을 둔 전형적 선전선동이었다. 많이 퇴색하긴 했지만, 합리적 보수주의자를 자처했던 이씨가 할 말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의 시대착오적인 냉전 이데올로기에 따른 이념적 편가르기는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다.

이런 행태는 대통령 선거 출마 가능성을 제쳐두고는 상상하기 어렵다. ‘이명박 후보 진영은 기회주의적 회색집단이다, 따라서 대한민국을 수호하기 위해선 친김정일 세력에 맞설 새로운 대안세력이 필요하다, 누가 그 일을 할 수 있는가?’ 게다가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불안하다. 주가 조작, 부동산 투기 등 이 후보의 의혹들은 치명적이고 구체적이다. ‘새로운 구심이 형성되면, 당심은 언제든 바뀌지 않을까?’이게 그의 계산인가.

누구든 공직선거에 몇 번 출마하느냐를 두고 시비 걸 일은 아니다. 세 번이든 네 번이든, 그건 개인의 자유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네 번째 도전에서 성공했다. 하지만, 정치인에겐 생명과도 같은 것이 있다. 신의, 곧 정치도의적 책임이다. 그는 지금도 한나라당 당원이다. 당과 당원들은 그를 두 번이나 대통령 후보로 선택하고, 총력 지원을 했다. 그는 그런 이들의 뜻을 존중해야 한다. 당은 이번엔 이명박씨를 선택했다. 예외적인 상황도 있다. 당이 이 후보를 탄핵하고 그를 새로 선택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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