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0.28 17:50
수정 : 2007.10.28 17:50
사설
현대상선이 지난 4월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사주 매입을 발표하기 전, 누군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대량 매집한 사건을 금융감독원이 조사하고 있다고 한다. 조사 대상에 이름이 오른 이들은 유력 재벌가 2, 3세들이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사위도 포함돼 있다. 이들이 거둔 시세차익만 100억원대에 이른다고 한다. 이들이 주식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법을 어겼는지는 조사 결과를 봐야 알겠지만, 주식시장을 돈놀이판으로 만드는 데 앞장서 온 행태는 법을 어겼는지에 관계없이 비난받아 마땅하다.
재벌가 자식들이나 유력 정치인의 친인척이 어느 기업의 주식을 사들이면, 주가가 급등하는 일이 몇 해 전부터 자주 일어나고 있다. 그 기업이 재벌한테서 일감을 몰아받거나 정치적 특혜를 받을 수 있다고 보고 개인투자자들이 뒤따라 나선 까닭이다. 과거 경험으로 보면 그런 특혜를 볼 것이라는 기대가 전혀 근거없는 얘기만은 아니다. 재벌기업들의 불투명한 경영과 부패한 우리 정치에서 비롯하는 일이니, 묻지마 식으로 뒤따라 사는 투자자들을 마냥 탓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개인투자자들이 그렇게 움직일 것을 알고 이를 돈벌이에 악용하는 이들의 행태다.
당사자들은 사업전망이 좋아 주식을 사들였을 뿐이라고 해명하곤 한다. 그러나 그들이 주식을 사들였다는 사실을 시장에 알려 주가가 급등하게 한 뒤, 보유주식을 팔아 차익을 남기는 일은 현행법에 처벌 근거가 뚜렷하지 않다고 해서 정당화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주식시장을 노름판으로 만드는 일이다. 그들의 뒤를 따라 주식을 샀다가 손실을 본 투자자들로서는 ‘시세조종’이라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 ‘대통령 후보 수혜주’란 말이 시장에 나돌 것임을 뻔히 알면서, 당선 가능성이 높은 대통령 후보의 사위가 특정 기업의 새 대주주로 시장에 이름을 내미는 것도 그 의도를 순수하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선량한 투자자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다면, 주식시장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금융감독당국은 투자자들에게 “조심하라”고 충고하는 것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재벌 2, 3세들이 사들인 뒤 주가가 폭등한 종목에 대해서는 이미 지난 일이라도 불공정 거래가 있었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아울러 그들의 교묘한 시세조종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감독과 법령의 그물망을 더 촘촘히 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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