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0.29 18:49
수정 : 2007.10.29 18:49
사설
정부가 내년도 건강보험료를 최고 8.6%까지 인상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보건복지부가 지난주 건강보험정책심의회(건정심)에 보고한 이 인상안을 두고 정부와 의약계 및 가입자 단체 등은 한동안 줄다리기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정부의 이번 인상안은 문제가 많다. 건강보험 재정적자를 순전히 국민에게만 떠넘기는 꼴이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건강보험료 인상률을 올해 수준인 6.5%로 묶을 경우 내년에 1조4천억원 규모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며, 수지균형을 위해서는 고율의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노인인구의 증가 등 건강보험 재정을 압박하는 요인이 적지 않긴 하다. 그렇기에 인상 자체를 무조건 반대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는 까닭은 무엇보다 인상률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에 있다. 8.6%는 사상 최고 인상률이다. 이 안이 최종 결정된다면 직장인의 경우 보험료가 현재 월평균 6만5천여원(사용자 부담금 제외)에서 7만원대로 치솟게 된다. 가뜩이나 빠듯한 살림살이에 물가상승률보다 높은 이런 인상은 국민에게 너무 큰 부담을 준다. 보험료 인상이 급여 확대로 반영돼 그만큼의 혜택으로 돌아간다면 감내할 수도 있겠지만, 이번 인상안은 적자가 나니 보험료를 올려 손쉽게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나 다름없다.
건보재정 적자는 과잉진료를 낳는 현행 행위별 수가제 등 비효율적이고 낭비적 지출구조에 근본적 원인이 있다. 인구 대비 대형병원 병상이 가장 많은 나라가 우리나라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은 연간 국민 1인당 평균 병·의원 방문 횟수가 7회에 그치고 있으나, 우린 갑절 가까운 13회를 웃돈다.
건보료 인상에 앞서 정부는 지출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노력부터 해야 마땅하다. 재정누수 방지를 위한 단기적 방안을 찾는 노력과 함께, 나아가 행위별 수가제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진단병명에 따라 미리 정해진 금액만을 지급하는 포괄 수가제를 확대해 실시하도록 힘써야 한다. 더불어 보험료를 인상한다면 급여 확대를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구체적인 계획도 내놓아야 한다. 이런 선행적 노력을 한 다음에야 ‘돈을 더 내라’고 요구할 자격이 있는 게 아닌가. 그러지 않은 보험료 인상은 그저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뿐이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