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7.10.30 18:22 수정 : 2007.10.30 18:22

사설

검찰의 독립성 확보와 금융기관의 투명성·경쟁력 강화는 우리 사회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검찰과 금융계 스스로 이를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 어울리지 않는 일이 연이어 벌어졌다.

하나은행은 그제 비비케이(BBK)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대표로 있었던 엘케이이(LKe)뱅크에 5억원을 투자하기로 한 내용의 2000년 6월21일치 내부 품의서가 김경준씨의 설명만을 토대로 작성돼 실제와 다를 수 있다고 밝혔다. 문제의 품의서는 엘케이이뱅크의 자회사로 비비케이를 명기한 것이다. 한나라당의 반박을 그대로 받아들인 하나은행의 이런 해명은 이례적일 뿐 아니라 이상하다. 대형 은행이 ‘사기꾼’의 말만 믿고 주먹구구식 투자를 했다고 자인한 셈이기 때문이다. 이는 투명성은커녕 업무능력을 의심해야 할 일이어서, 은행으로선 치욕이 된다.

더 큰 문제는 이 해명을 믿기 어렵다는 데 있다. 품의서는 엘케이이뱅크가 하나은행에 비비케이의 변경된 정관을 보낸 다음날 만들어졌다. 정관에는 이 후보가 의사 결정권을 행사한다는 내용이 명기돼 있다. 같은해 5월3일과 5월15일 엘케이이뱅크가 하나은행에 사업 모델을 설명하는 자리에는 이 후보의 핵심 측근들이 참석했다고 한다. 하나은행이 이 후보 쪽 사람들로부터 충분한 설명을 듣고 투자를 결정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정황이다. 이쯤 되면 하나은행이 거짓 해명을 한 게 아닌지,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혹여 차기 대통령으로 유력한 이 후보를 의식한 것이라면 비난받아 마땅하다. 학연이나 권력에 기댄 전근대적 금융으로 돌아가는 퇴행일 뿐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검찰이 이 후보의 서울 도곡동 땅 차명보유 의혹 사건 수사를 공식 종결한 것도 석연찮다. 검찰은 지난 8월 중간 수사결과 발표 때 이 땅을 두고 “이 후보의 형 상은씨의 지분은 제3자의 것으로 보이나, 그 실체는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실체적 진실을 밝혀 국민에게 선택의 기준을 제시하겠다”던 애초 수사 착수 때의 기세라면 끝까지 ‘제3자’가 누구인지 밝혀내야 했다. 이 후보가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지 한 달 만에 슬그머니 접은 모양새가 됐으니, 장차의 권력을 의식한 눈치보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도 할말이 없어졌다. 마땅히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