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7.10.30 18:23 수정 : 2007.10.30 18:23

사설

어제까지 4박5일 동안 베트남을 방문한 김영일 북한 총리 일행이 일정 대부분을 경제현장 답사에 할애했다. 고도성장을 이끄는 베트남의 기간 시설을 직접 눈으로 보고, 두 나라 사이 경협 강화 방안을 구체화하고자 함이다. 방문지 가운데는 최고 항구도시인 하이퐁도 포함됐다. 이 도시는 이달 초 남북 정상회담에서 특구로 개발하기로 합의한 해주의 모델로 꼽힌다.

김 총리의 이번 방문은 본격적인 ‘도이머이 배우기’의 일환이다. 도이머이는 ‘새로 바꾼다’는 뜻으로, 베트남이 1986년부터 시작한 시장지향적 개혁·개방 정책을 말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이달 중순 평양을 찾은 농 득 마잉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에게 ‘도이머이를 벤치마킹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북한과 베트남은 과거 교전국이었던 미국과 적극적으로 관계 개선을 꾀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북한이 중국보다 베트남에 주목하는 데는 신의주특구 구상이 중국의 비협조로 실패한 경험 등이 작용한 듯하다.

북한은 최근 경제외교를 부쩍 강화하고 있다. 최고인민회의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최태복 의장, 김영일 총리 등이 잇따라 아시아·중동·유럽 나라들을 찾고, 외국과 북한 경제대표단의 상호방문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주 북한을 방문한 유럽연합 의원들은 “북한도 경제 현대화 없이는 더 활발한 대외협력이나 투자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이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의 개혁·개방 의지가 과거 어느 때보다 높다는 얘기다.

하지만 여전히 미흡하다. 예전에도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 상하이(2001년) 및 광저우·선전 방문(2006년)을 계기로 북한이 본격적 개혁·개방에 나설 거라는 예측이 있었으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북한으로선 지금이 아주 좋은 기회다. 핵문제와 북-미 관계가 가닥이 잡히고 남북 관계가 폭넓게 진전돼, 주변 정세가 북한의 개혁·개방에 우호적이기 때문이다. 21년 전 베트남이 그랬던 것처럼, 북한 역시 개혁·개방 노선을 나라 안팎에 분명히 선언하는 것이 올바른 출발이다.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지난주 국제통화기금·세계은행 총회 기조연설에서 “두 금융기구는 북한의 가입에 대비해 사전준비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변한다면 한국과 국제사회는 적극 뒷받침할 태세가 돼 있다. 북한의 도이머이 배우기가 적극적인 실천으로 이어져 뿌리내리기를 기대한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