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0.31 18:51
수정 : 2007.10.31 18:51
사설
한나라당이 뒤숭숭하다.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경쟁자이던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전 대표 쪽이 여전히 편을 갈라 ‘방관한다’거나 ‘홀대한다’며 서로 언성을 높이고 있고, 한편에선 정계를 은퇴했던 이회창 전 총재가 ‘대선 삼수’를 저울질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후보와 당 지지율 모두 압도적 선두를 달리는 정당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문제의 원인이 한쪽에만 있지 않더라도 문제를 풀어야 할 쪽이 누구인지는 드러나기 마련이다. 이 후보와 박 전 대표의 갈등도 그렇다. 경선 뒤 두 달이 넘도록 당내 갈등이 계속된다면, 승자인 이 후보 쪽에 먼저 책임을 물어야 한다. 경쟁자의 도움을 바란다면 승자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하는 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 후보 쪽은 경선 뒤 각종 인사에서 자파 사람들을 중용하고 박 전 대표 쪽 사람들은 한직으로 밀어내는 편협한 모습을 보였다. 측근들은 마음을 다친 상대를 자극하는 발언을 계속했고, 이 후보 자신도 적극 포용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 후보 쪽 실세인 이재오 최고위원은 한 인터뷰에서 “당내에 아직 이명박 후보를 인정하지 않는 세력이 있는데,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협박’을 하기도 했다. 뒤늦게 자리를 제의하는 등 화해 몸짓을 보이곤 있지만, 그동안 당의 화합과 통합을 강조해 온 게 말뿐이라는 비판이 나옴직한 상황이다.
이 전 총재 문제도 곱씹어 봐야 한다. 그가 출마할 뜻이 있었다면 처음부터 경선에 나서 당원의 심판을 받는 게 옳았다. 지금 와서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출마한다면 사실상의 경선 불복이 된다. 하지만 이 전 총재가 이런 뜻을 품게 된 데는, 이명박 후보에게 정치적·도덕적으로 불안한 구석이 있다는 당 안팎의 정서가 작용했다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이 후보가 비비케이 주가조작 사건 등 각종 의혹에 설득력 있는 설명을 못할 뿐만 아니라, 경선 뒤에도 지지자들이 기대한 당의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 탓이라는 얘기다.
이쯤 되면 이 후보의 정치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렇게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이 후보가 한나라당에서조차 통합과 변화를 이뤄내지 못한다면, 대선 뒤에 어떻게 국가 통합과 혁신을 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지금껏 그가 당내에서 보인 모습이 ‘승자독식’의 리더십이기에 더욱 그렇다. 이는 결코 민주적이지도 효율적이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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