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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0.31 18:51 수정 : 2007.10.31 18:51

사설

선거 180일 전부터는 누구도 선거에 영향을 줄 목적으로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의 각종 표현물을 게시·상영하지 못하게 한 공직선거법 93조가 누리꾼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있다. 이 조항을 어겼다는 이유로 연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벌써 618명이 경찰 수사 대상에 올랐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인터넷에서 글을 지우도록 요청한 사례도 5만건이 넘는다.

이 조항은 이번 선거에서 처음 적용되는 게 아니다. 그럼에도 이런 사태가 빚어지는 것은 경찰과 선관위가 인터넷 게시물에 대해 지나치게 법을 적용하는 탓이 크다. 언론에 보도된 기사나 사진 등을 편집한 글, 선거에 대한 전망과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담은 글까지 마구 단속하고 있다. 심지어는 국회의원이 낸 성명서를 그대로 올린 게시물조차 선관위가 삭제를 요구했다고 한다. 선거운동을 위한 것도 아닌, 그저 개인의 의견을 담은 글을 올렸다고 처벌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경찰과 선거관리위원회의 해석대로라면, 언론매체가 보도하는 글이나 영상물 상당수가 법을 어기고 있는 셈이다.

물론 법 조항에도 문제는 있다. 이 조항은 후보자들이 선거법이 허용하지 않는 불법 출판물 등을 이용해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 시대를 고려하지 못한 채 만들어져, 누리꾼들이 개인적으로 올린 인터넷 게시물까지 금지하는 것으로 해석할 소지를 안고 있다. 외국에서는 인터넷을 이용한 선거운동을 거의 규제하지 않는다. 그동안 국회는 돈 드는 일을 줄이고, 말은 푸는 쪽으로 선거법을 고쳐 왔다. 정치인에게도 그러할진대, 유권자의 의사표현은 더욱 자유롭게 해줘야 한다.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유권자의 입을 가로막는 법 조항은 웃음거리일 뿐이다.

경찰과 선관위는 무리한 법 적용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특정 후보나 정당의 명예를 훼손하는 게 문제라면, 형법을 적용하면 된다. 논란의 소지를 없애려면 국회가 선거법 조항을 고쳐야 한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미 2003년부터 인터넷 선거운동은 언제든 허용하자는 의견을 계속 내 왔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반대로 지금껏 반영되지 못했다. 오히려 한나라당은 인터넷 이용자를 지금보다 더 옥죄는 내용의 법률안을 발의해 놓고 있다. 정치적 득실 계산에 눈이 멀어 국민의 기본권을 짓밟아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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