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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혁당 명예회복 더 미뤄선 안된다 |
1975년 오늘은 대법원이 이른바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 사건 관련자 8명의 상고를 기각하고 군사법원의 사형선고를 확정한 날이다. 북한의 사주를 받아 국가전복을 꾀했다는 것이 죄목이었다. 피고인들은 형이 확정된 지 불과 20시간 만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그로부터 30년이 흐른 지금, 이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억울하게 희생된 이들의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유신독재가 공포정치의 수단으로 이 사건을 만들어냈다는 것은 당시에도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국제법학자협회는 이날을 ‘사법사상 암흑의 날’로 선포했고, 국제앰네스티도 변호인 쪽 증인이 한 사람도 채택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의혹을 제기했다. 그럼에도 사건의 진상조차 여지껏 밝혀지지 않은 것은 사건을 꾸며내는 데 직·간접으로 가담한 사람들이 여전히 권력기관 안에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2002년 9월 직권조사를 통해 이 사건이 고문으로 조작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더 진전은 아직 없다. 피해자 가족들이 그해 11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심리만 두 차례 하고 세월을 보냈다. 그러는 사이 담당판사도 바뀌어버렸다. 대법원 판결이 난 사건에 대해 법원이 재심 결정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법살인’의 오명을 벗고 거듭나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법원의 이런 소극적인 자세는 안타깝다.
인혁당 사건은 박정희 정권 통치기의 가장 참혹한 인권유린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논의 중인 과거사 청산의 핵심 대상 가운데 하나로 다뤄야 한다. 국가정보원이 자체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명예회복과 피해보상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우선 여야가 협의 중인 ‘과거사 진상규명법’이 이 사건을 제대로 다룰 수 있도록 제정돼야 한다. 물론 재심을 통한 사법적 명예회복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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