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1.01 18:00
수정 : 2007.11.01 18:00
사설
전군표 국세청장이 어제 현직 국세청장으로는 처음으로 검찰에 출두했다. 전 청장은 정상곤 전 부산국세청장(구속)으로부터 6천만원을 받은 혐의와 이병대 부산국세청장을 통해 정 전 청장에게 상납 진술을 하지 말도록 요구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본인이 이를 전면 부인하고 있어 구속이나 기소로 이어질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지만, 사실이라면 조세행정에 대한 국민 신뢰를 뒤흔들 중대 사안이다.
지금 전 청장에 대한 혐의는 말 그대로 아직 혐의일 뿐이다. 그러나 이와 별도로 전 청장의 부적절한 처신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수사 초기 검찰 관계자들에게 뇌물 용처에 대한 수사를 조기에 끝내라는 뜻으로 비치는 말을 했다. 정 전 청장 구속 때는 정윤재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구속)의 이름이 안 나왔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고 하고, 그 뒤엔 이 청장에게 정 전 청장을 면회하도록 ‘권유’했다고 한다. 정황으로 보면 증거를 인멸하려 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살 만하다.
검찰과 대결 자세를 취한 것도 볼썽사납다. 전 청장은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정 전 청장을 “정신 나간 사람”이라고 비하하고, 검찰 수사를 “거대한 시나리오”라고 비난했다. 국세청이 5급 이상 간부의 일괄사표까지 거론하는 등 조직 차원에서 검찰과 대치하는 모습을 보인 데는 전 청장의 이런 강경한 태도가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주요 국가기관 사이의 정면 대치는 국가적으로 비정상적인 상황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기관장으로서 이를 부추긴 셈이 됐다면 그 자질을 의심받게 된다. 장차 국세청이나 정부 조직 전체에 미칠 부담도 클 것이다.
처신이 부적절하기는 검찰도 마찬가지다. 검찰은 이번 사건에서 제대로 수사도 안 된 혐의 내용을 흘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검찰총장이 엊그제 피의사실을 유포하지 말도록 긴급 지시한 것도 이와 무관찮아 보인다. 이는 사건 관계자의 인권 침해일 뿐 아니라 검찰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이다. 이번처럼 불필요한 갈등도 불러올 수 있다.
국세청장 소환을 계기로 검찰 수사는 활기를 띠게 됐다. 한점 의혹도 남기지 말아야 한다. 아울러 국세청도 이를 조직문화를 되돌아보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뇌물 수수도 문제지만, 이에 대응해 전 청장 등이 보인 부적절한 처신은 그 자체로 국세청의 자정능력을 의심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광고
기사공유하기